- [주총 슈퍼 위크]⑤
대한상의 “주주행동주의 주체, 기관투자자→소액주주로 이동”
기업, 열린 주총으로 주주참여 확대
상법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로 재계 촉각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국내 기업들의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면서 소액주주들의 움직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근 소액주주들의 연대도 무시할수 없는 수준까지 발전했기 때문이다. 특히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를 도입하는 상법 개정안이 최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향후 소액주주들의 입김은 더 커질 전망이다.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주주행동주의 움직임이 거세지는 가운데, 주주행동주의 주체가 기관투자자에서 소액주주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는 조사가 나왔다. 지난 3월 9일 대한상공회의소가 300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주행동주의 확대에 따른 기업 영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40.0%인 120개사는 최근 1년간 주주들로부터 주주 관여를 받았다고 답했다.
기관투자자에서 소액주주 중심으로
주주 관여는 경영진과의 대화·주주 서한·주주 제안 등 기업 경영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위한 주주행동주의 활동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주주 관여의 주체는 연기금·사모펀드 같은 기관투자자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소액주주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다.
주주 관여 사실이 있다고 답한 120개사 중 주주 관여의 주체가 ‘소액주주 및 소액주주연대’라고 답한 기업은 90.9%에 달했다. 이어 연기금 29.2%, 사모펀드 및 행동주의펀드 19.2% 등의 순이었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분석 결과, 전체 주주 제안 주체 중 소액주주 및 소액주주연대 비중은 2015년 27.1%에서 2024년 50.7%로 급증했다.
최근에는 액트(ATC)·비사이트(B-Side) 같은 소액주주 플랫폼이 등장하며 소액주주들이 기업 경영에 적극 개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주주제안을 하기 위해서는 발행주식 총수의 3% 이상을 보유해야 하는데, 이런 플랫폼을 통해 의결권 확보가 훨씬 쉬워진 상황이다.
주주 관여의 구체적 내용으로는 ▲배당 확대(61.7%) ▲자사주 매입·소각(47.5%) ▲임원의 선·해임(19.2%) ▲집중투표제 도입 등 정관 변경(14.2%)이 있다. 실제로 코스닥에 상장된 한 A 중소 바이오 기업은 최근 경영권이 소액주주연대로 넘어가는 사태를 겪었다. 소액주주연대가 최대 주주의 3배에 달하는 지분을 확보한 뒤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최대 주주였던 창업자를 해임한 것이다.
대한상의는 “2000년대 초 해외 사모펀드에서 시작된 국내 주주행동주의가 2010년대 중반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를 거쳐 최근 온라인 플랫폼 발달 및 밸류업 정책과 맞물리며 소액주주로 주도권이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소액주주들의 요구사항은 주로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 등 단기적 이익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투자 및 R&D(연구개발) 차질 우려 등 기업들의 중장기 경쟁력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상장사들은 주주들과의 소통 확대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최고경영진이 직접 나서 주주들의 질문에 답하거나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주총장을 공개하는 등 ‘열린 주총’으로 소통을 확대하려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처음으로 사업전략 발표 이후 ‘주주와의 대화’를 마련해 주요 경영진이 직접 주주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가진 바 있다. 주주 편의를 위해 온라인 중계도 병행한다. 앞서 삼성전자는 2021년부터 주총장 온라인 중계를 도입했다. 주주체험 강화를 위해 AI 홈, 상반기 출시 예정인 AI 컴패니언 로봇 ‘볼리’, 차세대 디스플레이, 갤럭시 AI, 의료기기, 하만 전장·오디오 제품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LG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주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주총장을 개방하고 투명하게 소통하는 ‘열린 주주총회’ 기조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해외 투자자의 관심을 반영해 영어 동시통역 서비스를 새롭게 도입하기로 했다. LG전자는 주주들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주주총회의 현장 진행과 온라인 중계를 병행하고 있다.
KT도 현장 주주총회에 참석이 어려운 주주들을 위해 사전 신청을 받아 주주총회를 온라인으로 생중계할 예정이다. KT가 정기 주총를 온라인으로 생중계하는 건 지난 2003년 3월 민영화 이후 첫 정기 주총 이후 약 22년 만이다.
상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에 재계 ‘촉각’
상법개정안이 소액주주들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민주당이 당론 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이사가 충실해야 하는 대상을 기존의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넓히고, 상장 회사의 전자 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는 내용 등이 골자다. 개정안은 공포 후 1년이 지난 날부터 시행된다.
야당은 상법 개정안 통과를 강행한 명분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의 고질적 저평가 현상) 해소를 주장하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서는 대주주에게 집중된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소액주주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 규정이 모호해 기업의 소송 리스크가 커졌다는 점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투자를 두고 어떤 주주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에 필요한 결정이라고 판단할 수 있지만 다른 주주는 단기간 주가 하락의 우려가 있는 잘못된 선택이라고 볼 수도있다”며 “회사의 결정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소송을 이어갈 경우 회사 경영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계는 개정안이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침해하고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상법 개정안 통과와 관련해 “이사 충실 의무 대상이 주주로 확대되면 경영 판단 과정에서 불이익을 주장하는 주주들의 소송 남발로 인수합병, 대규모 투자 등이 차질을 빚어 기업의 장기적 발전이 저해될 수밖에 없다”며 “행동주의 펀드들의 과도한 배당 요구·경영 개입·단기적 이익 추구 행위 등이 빈번해져 기업들이 온전히 경영에 전념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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