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드론 관련 법률 업무를 수행할 기회가 있었다. 법적·행정적 규제에 대한 드론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드론 산업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2022년 2월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군사용 드론 기술의 눈부신 혁신을 보여줬다. 전쟁 초기에는 주로 감시와 정찰 목적으로 사용되던 드론이, 이후에는 폭탄을 장착한 ‘자폭 드론’으로 사용되면서 전력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조종사와 드론을 광섬유로 연결해 전파방해 작전이 통하지 않는 ‘광섬유 드론’, 야간 투시 카메라를 장착해 야간 전투가 가능한 ‘뱀파이어 드론’ 등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드론들도 속속 전장에 투입되고 있다.새 법적 문제 야기 중인 드론 산업상업용 드론 산업도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2024년 드론 산업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약 300억~400억 달러로 추산되며, 매년 10~20%씩 급성장해 2030년에는 최대 900억~1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 농업·물류·공공안전 등 산업 전반에서 서비스형 드론(DaaS, Drone-as-a-Service)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인공지능(AI)·5G 기반의 자율비행 등 기술 혁신이 핵심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현재 상업용 드론 시장은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 상업용 드론의 70~80%를 생산 및 수출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미국은 국가 안보와 공급망 안정, 자국 기업 보호를 이유로 중국산 드론에 대한 규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추세다. 특히 중국 최대 드론 제조업체인 DJI 제품이 주요 규제 대상이다. 지난 7월 6일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산 드론 규제를 강화하고 자국 드론 산업을 지원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드론 기업들에게는 미국 시장을 공략하여 시장 점유율과 경쟁력을 높일 좋은 기회가 마련된 셈이다.국내 드론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모터, 배터리, 센서, 컨트롤러 등 핵심 부품을 국산화하고, AI와 머신러닝을 활용한 자율비행, 정밀 제어, 데이터 분석 등 고도화된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에도 힘을 쏟아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드론 생태계 구축을 위한 법적·제도적 뒷받침이다. 드론 산업의 급격한 발전은 새로운 법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예컨대 ▲드론으로 촬영·수집된 영상의 개인정보 및 프라이버시 침해 ▲새롭게 개발된 기술과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식재산권 보호 ▲드론 운용 중 발생한 사고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 ▲드론 기반 서비스의 품질·성능 미흡으로 인한 소비자 분쟁 등이 대표적이다.그러나 항공안전법, 항공보안법, 항공사업법 등 기존의 법률은 전통적인 항공기를 상정하고 만든 법이어서 드론과 같은 새로운 비행장치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도 「드론 활용의 촉진 및 기반조성에 관한 법률」(드론법)을 제정해 2020년 5월부터 시행하고 있지만, 드론과 관련해 발생하는 모든 법적 문제를 규율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 밖에도 전파법·농지법·하천법·개인정보보호법·군사시설 보호법·국가공간정보 기본법·위치정보법 등 수많은 법률이 드론 산업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어 여러 법률을 체계적으로 해석해 적용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드론에 관한 분쟁 해결 사례가 아직은 충분히 축적되지 않아 명확한 법적 판단 기준을 찾기도 어렵다.법적·행정적 규제의 대표적인 것이 비가시권 비행(BVLOS) 제한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종사의 시야 범위를 벗어난 드론 비행이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있으며, 국토교통부 장관의 ‘특별비행승인’을 얻어야만 가능하다. 위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드론의 종류·형식 및 제원, 성능 및 운용한계, 조작방법에 관한 서류, 드론의 비행절차, 비행지역, 운영인력 등이 포함된 비행계획서 등 복잡한 서류를 제출해야 하고, 항공안전기술원의 안전기준 검사도 통과해야 한다. 승인절차에는 짧게는 30일, 길게는 90일까지 소요되기도 한다. 관련 법·제도 신속 정비 필요해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에서는 물류·재난 대응·장거리 관측 등 고부가가치 드론 서비스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상용화를 위한 기술 개발과 실증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미국이 최근 행정명령을 통해 연방항공청(FAA)에 상업용 드론의 비가시권 비행(BVLOS)을 허용하는 규칙 제정을 서두르도록 지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그 밖에도 도심 비행의 원칙적 금지, 복잡한 기체 인증 및 자격증 취득제도, 전파와 GPS의 사용 제한, 정부 부처의 명확한 컨트롤타워 부재 등 드론 기술의 개발과 상용화를 저해하는 규제 요소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한때 우리나라는 드론 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적 역량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현재 중국에 뒤처진 상황이다. 드론 기술의 혁신과 드론 산업의 발전 속도를 법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똑같은 과오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드론산업이 국가 안보와 경제에 미치는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할 때, 관련 법과 제도를 하루속히 정비해야한다. 산업계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규제 샌드박스 등을 통해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하게 폐지해야 한다. 동시에 적극적인 입법과 정책을 통해 국내 드론 산업을 육성하고 지원해야 한다.다행히 최근 들어 정부도 드론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법과 제도의 개선 및 정비에 힘을 쏟고 있지만, 산업 현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범정부적 지원을 획기적으로 강화하여 대한민국이 글로벌 드론 시장에서 강자로 부상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