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양어업은 1960~70년대 그 시대의 벤처였습니다.”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KCD) 대표는 ‘김재철 평전’을 추천 책으로 꼽으며 이렇게 설명한다. 기업사의 흐름을 꾸준히 읽어왔다는 그는, 동원산업을 일군 김재철 명예회장을 “대단하다고 생각해온 기업인”이라고 말했다. 남들이 하지 않던 위험한 시장에 먼저 뛰어들고, 리스크와 업사이드를 동시에 감수한 개척자의 정신이 오늘의 산업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그가 추천한 공병호 박사 집필의 ‘김재철 평전’은 동원그룹·한국투자금융지주 창업자 김재철 회장의 일대기를 다룬 사실 기반 평전이다. 김 회장의 아호 ‘자양(滋洋)’이 뜻하듯, 바다에서 성장한 한 기업가의 경영 철학과 개척 정신을 담아냈다. 책은 무명 선원으로 출발해 세계 원양어업을 개척한 김 회장의 삶을 따라가며, 한국 경제발전 초기의 역동성과 기업가 정신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김 대표는 이 책이 “지금의 산업 환경에도 적용 가능한 통찰을 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벤처의 사전적 정의는 ‘모험’인데, 당시 원양어업은 목숨을 걸고 인도양까지 나아가는 모험이었다”며 “위험이 분명했지만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믿고 베팅했던 기업인 선배들의 정신이 지금에도 똑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남들이 가지 않은 길에서 기회를 찾고, 위험과 보상을 함께 받아들이는 자세가 결국 새로운 산업을 만든다”고 평가했다.김 대표는 특히 김재철 회장의 성장 과정에 주목한다. 김 회장이 처음부터 창업자가 아니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무급에 가까운 보조 선원으로 배를 탄 뒤 선장으로 발탁되며 성장했고, 이러한 도전을 가능하게 한 배경에는 원양어선을 사들여 먼 바다에 보낼 ‘모험 자본’이 존재했다. 김 대표는 “책에 기록되지 않은 부분이지만, 누군가는 배를 사고 사람을 태워 보낼 결정을 해야 했고, 그것이 한국의 신성장 산업을 여는 촉매였다”고 말했다.그는 이러한 구조가 지금에도 반복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김 대표는 “당시엔 정부 주도의 경제 개발 과정에서 원양어업 같은 신산업에 모험 자본이 공급됐다면, 지금은 AI 산업을 중심으로 같은 패턴이 보인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AI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선언하고 공격적으로 자본을 집행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흐름 속에 놓여 있다는 설명이다.김 대표가 ‘김재철 평전’을 추천하는 이유 역시 이 지점에 있다. 한국이 아무것도 없던 시절, 가발이 최대 수출품이던 시대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낸 얘기가 담겼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평소에도 기업의 역사를 담은 책을 즐겨 읽고, 직원들에게도 관련 도서를 추천한다. 기업의 성장 과정과 산업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기업사는 유용한 자료라는 판단에서다. 김 대표는 “세부적인 디테일은 바뀌지만 내러티브는 늘 반복된다”며 “시장과 기업과 국가가 성장하고, 어려움을 겪고, 그것을 극복하면서 다시 성장하는 패턴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어 “무일푼에서 시작한 개척자의 여정 속에는 지금 기업가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통찰이 많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