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금융계의 ‘코스트코’를 꿈꾸는 회사가 있다. 바로 핀테크 스타트업 해빗팩토리의 얘기다. 설립 10년차 핀테크 기업이 창고형 할인마트가 되겠다는 의외의 목표를 세우게 된 사연은 무엇일지, 이동익 해빗팩토리 공동대표를 만나 직접 들어봤다.美 주담대 시장에 혁신을…해빗팩토리 생존법해빗팩토리는 2016년 1월 설립된 핀테크 기업이다. 대표적으로 보험 분석·추천 서비스 ‘시그널플래너’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22년에는 미국 법인을 설립하고, 미국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시장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이동익 대표는 미국 현지에서 미국법인 업무를 도맡고 있다.미국 진출 초기엔 이 대표를 포함해 3명이 현지에서 고군분투했다. 현재는 현지 직원 8명과 함께 한국에서 미국 법인 업무를 지원하는 IT 인력 7명, 마케팅 인력 3명 등 총 18명이 미국 사업을 위해 일하고 있다.이 대표는 “미국 법인은 처음에는 대출 중개 서비스 ‘Loaning.ai’를 선보였고, 작년부터 주담대 전문 은행으로 전환해 사업을 진행 중”이라며 “미국 법인 본사는 얼바인에 위치해 있고, 특정 대출 업무를 하기 위해서 지역 사무소가 필요해 LA에도 사무실이 있다”고 소개했다.우리나라에서 보험 비교 서비스를 하던 핀테크가 돌연 미국 주담대 시장에 뛰어들게 된 사연도 눈길을 끈다. 해빗팩토리는 ‘시그널플래너’를 통해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해왔다. 이 가운데 이 대표는 보험과 주담대 시장이 본질적으로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 대표는 “보험 시장에서는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찾기 어렵고, 설계사 중심의 판매 구조로 인해 불필요한 상품이 권유되는 경우가 많다”며 “마찬가지로 미국 주담대 시장에서도 고객은 낮은 금리 상품을 찾기 어렵고, 대출 심사 과정이 복잡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빗팩토리가 한국에서 검증한 데이터 기반 금융추천, 표준화된 프로세스, 자동화된 시스템을 활용하면 미국 주담대 시장에서도 고객들에게 낮은 금리와 신속한 대출 프로세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우리나라의 경우 소수의 시중은행 위주로 대출 시장이 형성된 반면, 미국은 주담대 전문 은행이 4500여개나 된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미국은 시스템‧프로세스만 있어도 대출업을 할 수 있는 법규가 있기 때문이다. 해빗팩토리는 ‘웨어하우스(Warehouse)’라 불리는 단기대출기관을 통해 현지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이후 대출 채권을 투자자들에게 판매하는 식이다. 이 대표는 “미국은 기준 조건만 갖추면 사업 인가를 내주는 등 금융이 고도화 되고 선진화 되어 있다”면서 “기존의 업이 은행이 아님에도 주담대를 영위하는 회사가 많고, 이런 부분은 추후 금융당국에서도 벤치마킹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운영상의 이슈에 대해서는 처벌이 강해 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효율화가 생명”…‘30일 vs 7일’ 고객 선택은?미국 내 수천개 주담대 전문 은행과 경쟁하기 위해 해빗팩토리는 낮은 금리, 짧은 대출 기간을 강점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해빗팩토리는 평균적으로 기존 은행보다 0.5~1%포인트(p) 낮은 금리를 제공한다. 또한 통상 30일이 소요되는 대출 심사 기간을 7일로 단축했다. 이 대표는 “미국 금융산업이 발전돼 있지만 자료수집·처리 과정 등에선 여전히 비효율화 된 부분이 많다”며 “빠른 업무 처리를 위해 금융 데이터 API를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고객의 금융 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하고 대출 심사 과정을 효율화했다”고 말했다.또한 해빗팩토리는 미국 부동산 중개인(리얼터)과 협업을 강화하는 전략도 추진 중이다. 미국의 ‘리얼터’는 단순 중개인을 넘어 주택 거래의 전반적인 과정을 관리하는 전문가다. 해빗팩토리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약 150만명의 리얼터가 고객에게 주담대 상품을 쉽게 소개할 수 있도록 리얼터 전용 웹사이트를 제작할 예정이다.해빗팩토리는 미국 주담대 시장에 진출한 지 3년만에 누적 대출액 1526억원을 돌파했다. 구체적으로 대출 중개 858억원, 직접 대출 668억원 등이다. 올 한 해 목표 누적 대출액은 1500억원으로, 지난 3년간의 성과를 올해는 1년 동안 달성하겠다는 포부다. 이 대표는 “지난 3년간 누적 대출금 1526억원은 코로나 사태, 금리 인상 등으로 계획했던 것보단 늦게 달성했다”면서도 “어려운 과정이었지만 잘 대응하기 위해 연구개발(R&D)을 통해 낮은 금리 제공을 위한 프로세스를 점검하고 시스템을 구축해 효율화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해빗팩토리 전체 매출 대비 미국 법인의 매출액은 약 6% 정도인데, 단기적으로는 10% 이상을 넘길 계획”이라며 “내년에는 미국 법인 매출의 비중을 20~30% 정도로 높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업계 코스트코’ 꿈꾼다이 대표는 해빗팩토리를 ‘금융계의 코스트코’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주담대 사업에 힘 쏟고 있는 이 대표에게서 미국의 대규모 창고형 할인마트 이름이 언급된 것은 다소 의외였다.이 대표는 “미국에 거주하면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서비스가 코스트코”라며 “코스트코처럼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를 합리적인 비용으로 제공하는 핀테크 기업이 되고 싶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스트코처럼 투명한 가격 정책을 유지하고, 고객이 불필요한 수수료나 높은 금리를 부담하지 않도록 최적의 금융 상품을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아울러 그는 장기적인 고객 관계 구축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 대표는 “보험이나 주담대는 가입 후 오랜 기간 유지되는 금융 상품인만큼 고객이 신뢰할 수 있어야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며 “고객이 신뢰하고 주변인에게도 추천할 수 있는 금융 브랜드로 자리매김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