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실적 회복 가능성을 내세운 로킷헬스케어가 실제 감사 결과에서 손실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 판단에 참고될 수 있었던 가결산 수치와 확정 실적 간의 괴리가 확인되면서, 기업이 제시한 실적 전망과 정보 신뢰도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31일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로킷헬스케어는 2024년 연결 기준 당기순손실이 76억9000만원으로 확정됐다. 이는 지난 2월 7일 제출된 증권신고서상 가결산 수치인 41억6000만원보다 약 35억원(84%)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도 48억8800만원에서 55억7200만원으로 늘었다.손익뿐 아니라 영업현금흐름에서도 가결산과 감사 수치 간 괴리가 발생했다. 2024년 기준 영업현금흐름은 증권신고서상 가결산 기준으로는 -26억7800만원이었지만, 사업보고서에서는 -54억7400만원으로 집계됐다. 약 28억원 가까이 차이가 벌어진 셈이다. 이는 2023년 영업현금흐름(-45억1300만원)보다 약 10억원 가까이 악화된 수치다. 손익 차이는 가결산과 감사보고서 간 회계 처리 범위와 적용 시점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가결산 수치는 기업 내부 기준에 따라 작성된 추정치로, 일부 손익 항목이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파생금융부채 평가손실, 종속기업 투자주식 손상차손, 외화환산손실 등은 감사보고서에서 확인된 항목이지만, 가결산 단계에서는 포함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영업현금흐름의 차이도 유사한 원인으로 발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로킷헬스케어의 매출이 가결산과 실제 감사에서 크게 변동이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외화환산손실이나 이자비용 등 현금유출성 항목이 가결산 단계에서 과소 반영됐거나 제외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회사가 상장을 앞두고 실적이 회복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실질적인 손익 부담을 일부 축소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하지만 사업보고서가 제출된 다음 날 올라온 정정 증권신고서(2차)에는, 가결산 수치와 감사보고서 간 괴리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담기지 않았다. 투자자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핵심 수치에 변화가 있었음에도 별도의 해명 없이 정정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정보공시의 신뢰성과 성실성 측면에서 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로킷헬스케어는 지난 2월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2025년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이 흑자로 전환될 수 있다는 자금 수지 계획을 담았다. 실적 개선을 통해 자본잠식 상태에서도 상장을 추진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실제 결산 결과 손실폭이 더 커졌고, 4분기 실적도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실적 개선 계획 전망에 대한 신뢰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공모 투자자 입장에서 증권신고서에 제시된 가결산 수치는 단순한 추정치를 넘어, 향후 실적 흐름을 가늠하고 기업의 자금 상황을 이해하는 데 참고가 되는 중요한 정보로 작용한다. 특히 로킷헬스케어처럼 상장 이전부터 자본잠식 상태에 있는 기업의 경우, 실적 회복을 통한 재무구조 정상화 시나리오는 공모 참여 여부를 판단하는 요소 중 하나로 여겨진다.이러한 상황에서 가결산 수치와 실제 실적 간에 적지 않은 괴리가 발생한 것은, 단지 회계상의 차이로만 받아들이기에는 부담스러운 지점이 있다는 평가다. 투자자들은 단기간 내 흑자전환이 가능하다는 회사의 계획이 회계상 보수적 추정에 근거했을 것이라 기대하는 경우가 많고, 실적이 그보다 더 악화된 결과로 마무리됐다는 점은 계획 자체의 타당성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특히 로킷헬스케어가 정상 일정대로 상장절차를 진행했다면 이 같은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은 문제다. 이 경우 투자자들은 실제 감사 결과가 반영되지 않은 수치를 바탕으로 투자 판단을 내리게 됐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이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다면, 상장 심사와 정보공시 체계 전반에 대한 논란도 커질 수밖에 없다.김범준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는 “IPO를 앞둔 기업은 투자자에게 처음 정보를 제공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신중하고 보수적인 회계처리가 필요하다”며 “가결산은 감사 전 단계로 신뢰성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이후 감사 결과 수치가 크게 달라졌다면 의도 여부를 떠나 상장사로서 회계역량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한편 금융감독원은 증권신고서 정정 요청 과정에서 로킷헬스케어에 사업보고서가 제출된 후 다시 증권신고서를 살펴보자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번 감사보고서에서 드러난 가결산 수치와의 괴리도 향후 심사 과정에서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제출된 사업보고서의 내용을 반영해 정정 신고서가 다시 들어온 상황으로, 아직 본격적인 검토가 시작되지 않은 상태”라며 “실적 전망과 실제 수치 간의 차이 등도 포함해 종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