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챗GPT의 '지브리 그림체' 유행이 씁쓸한 이유 [백세희의 컬처&로(LAW)]
- AI 활용한 '지브리풍 그림 변환' 인기...지식재산권 문제 논란
지브리·디즈니·새서미스트리트 스타일 이미지, 계속 만들어도 되는 걸까

필자의 지인 중 상당수가 메신저 프로필 사진을 지브리풍 일러스트로 바꾸었다. 소셜미디어에 보란 듯이 게시한 이미지는 셀 수도 없다. 지브리뿐만이 아니다. 열풍은 덜 했지만 이미 그 전에 디즈니, 새서미스트리트 등 특정 스타일을 모방한 이미지 생성은 꾸준히 있었다.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챗GPT를 잘 구워삶아서 지브리 스타일 그림을 받아낼 수 있는지 노하우를 공유 중이다. 챗GPT가 매번 원하는 이미지를 내어놓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서비스 제공 초기에는 척척 잘 내어놓다가 어느 순간부터 ‘저작권과 관련한 커뮤니티 가이드라인 위배 문제가 있어서 이미지를 만들 수 없다’는 답변을 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사람들은 소위 약발이 잘 듣는 명령어는 따로 있다며 삼삼오오 정보를 나눈다.
특정 스타일 따라하는 생성형 AI에 대한 문제제기
저작권 가이드라인 위배가 문제된다는 챗GPT의 답변에서 짐작하듯, 특정 스타일을 재현해 내는 것에는 법률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막연한 느낌이 든다. 아직 지브리 측에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언제든 강력 반발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사실 자신의 화풍을 따라하는 AI를 막아달라는 크고 작은 요청은 수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내에서는 2022년 10월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AI 학습 시 사용되는 그림 저작권에 대한 청원’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요새 AI로 그림을 그리는 경우가 많은데 저작권이 있는 그림을 무단으로 가져다가 AI에 학습시키는 것을 제재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림을 그린 작가는 자신의 화풍을 완성하려고 긴 시간을 들여 노력하는데, 생성형 AI는 이를 너무 쉽게 베낀다는 이유에서다.
2023년 초에는 세계 최대의 이미지 플랫폼 ‘게티이미지’가 이미지 생성 AI 모델인 ‘스테이블 디퓨전’의 개발사인 스태빌리티AI를 상대로 지적재산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게티이미지 측은 “스태빌리티AI가 공식적인 허가를 받지 않고 게티이미지가 소유한 이미지 수백만 개를 AI 학습에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비슷한 시기 시각예술가 그룹이 제기한 소송도 있다. 이들 예술인들은 “스태빌리티AI와 미드저니, 디비언트아트가 허락 없이 특정 아티스트의 스타일로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도록 수십억 개의 저작권 있는 이미지를 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들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아이디어·컨셉·스타일은 공유돼야 할 대상인가
특정 화풍을 따라해 비슷한 느낌을 내는 것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까?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결론은 달라진다. 타인 창작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실질적으로 유사하게 포함하고 있다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 그런데 그림 속 배경이나 캐릭터를 완전히 따라 그린 것이 아니라, 단지 특유의 분위기나 스타일만을 흉내 낸 것이라면? 이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거칠게 대답하자면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 즉, 그림 그 자체를 저작권 침해로 보기는 어려워서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있듯이, 타인의 창작에 빚지지 않은 순도 100%의 독창적인 창작물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에 저작권법은 구체적인 표현에 대해서만 배타적인 권리를 인정해줄 뿐, 아이디어나 컨셉은 공유의 영역으로 남겨둔다. 아이디어에 배타적인 권리를 인정해버린다면, 이젠 함부로 ‘어려서부터 의붓어머니/아버지와 형제로부터 핍박받는 와중에 작은 동물들을 도와주는 선행을 쌓다가 훗날 귀인을 만나 인생이 달라지는 이야기’를 재생산하지 못한다. 흔히 ‘신데렐라 스토리’라 불리는 플롯에 배타성을 부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를 특정 화풍이나 스타일로 바꿔 생각해도 동일하다. 원칙적으로는 특정 만화나 애니메이션의 그림체나 미술의 화풍은 배타적인 권리를 부여받기 어렵다.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구체적인 표현에 이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앞서 소개한 미국의 게티이미지 및 시각예술가 그룹이 제기한 소송과 국내의 청원을 이해할 수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특정 화풍 이미지의 ‘학습’을 문제 삼고 있다. 특정 스타일이 저작권법상 보호받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AI가 수행하는 작업들 중 ‘학습’ 영역에서 일어나는 개별 행위들은 저작권법 위반으로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학습’ 단계에서 벌어지는 복제와 전송 문제
AI의 학습 단계 또는 TDM(Text·Data Mining) 과정에서 학습데이터를 생성하고 이를 AI 학습용 소프트웨어에 입력할 때 입력데이터가 ‘복제’ 및 ‘전송’된다. AI 학습은 데이터 전처리(pre-processing)를 거친 데이터를 학습데이터로서 입력하곤 하므로, 만약 데이터에 대한 적법한 이용 권한이 없다면 대규모의 저작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
요컨대 AI 학습과 분석에 활용되는 데이터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저작물인 경우에는 우리 저작권법이 저작재산권으로서 인정하는 ‘복제권’과 ‘전송권’ 등 침해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게티이미지 소송’에서 문제 삼고 있는 저작권 침해 행위가 바로 이것이다.
다만 학습을 위한 복제와 전송은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조항’에 포함되기 때문에 배타적인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는 견해가 있긴 하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은 이미 이른바 ‘TDM 면책조항’을 신설해 일정 요건 아래에서는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도 인공지능의 학습을 위한 복제와 전송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별도의 입법이 없어 기존의 저작권 법리에 의한 규율만이 가능할 뿐이다.
저작권법 위반이 되기 어렵다면, 부정경쟁방지법 같은 다른 법률은 어떨까? 생성형 AI 프로그램의 이용자들이 지브리 화풍의 이미지를 소셜미디어에 자랑하는 정도를 넘어 적극 상업화한다면 문제가 달라질 수 있다.
부정경쟁방지법은 ‘부정경쟁행위’의 한 유형으로서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성명·상호·상표·상품의 용기·포장, 그 밖에 타인의 상품임을 표시한 표지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하거나 이러한 것을 사용한 상품을 판매·반포 또는 수입·수출하여 타인의 상품과 혼동하게 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구체적인 활용 형태에 따라 위 조항에 위배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법률 위반을 떠나 발생하는 손해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챗GPT가 사진을 지브리풍 그림으로 바꿔준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서비스에 접속했다. 챗GPT 무료 버전이 쉽게 그림을 내어주지 않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월 구독료를 지불하는 유료 서비스에 새로 가입한 이들도 수없이 많다. 이로인해 챗GPT 서비스를 운영하는 오픈AI는 엄청난 이득을 얻었다.
하지만 정작 지브리는? 그들 사이에 계약이 있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어떤 보상도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본인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구축해 온 다른 수많은 창작자도 마찬가지다.
수익을 나누지 못하는 점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손해도 있다. 지브리는 애니매이션 <바람이 분다>의 4초짜리 군중 영상을 만드는데 1년 3개월을 들일만큼 디테일과 완벽성을 끈질기게 추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창작자가 오랜 세월 공을 쌓아 만들어 온 독특한 스타일이 수천만 개의 일회성 이미지로 소비되고 있다. 창작자의 입장에서는 아찔한 일이다.
일주일이면 그 열기가 확 식어버리는 최근 경향까지 더한다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앞으로 지브리가 어떤 작품을 들고 나와도 대중은 식상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단순한 재미로 브랜드의 가치를 있는 대로 다 소비해 희석해 놓고 떠나버리는 상황에 대한 수습도 결국 지브리가 책임질 수밖에 없다.
이렇듯 창작물의 보호와 공유는 칼로 무 자르듯이 쉽게 옳고 그름를 함부로 말하기 어렵다. 챗GPT의 지브리풍 유행을 지켜보는 것은 흥미롭지만, 뒷맛이 썩 개운하지만은 않은 이유다.
백세희 법률사무소 아트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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