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초대형 IB 경쟁 2라운드…5개 증권사 인가 신청 완료
- [다시 시작된 초대형 IB 레이스]①
금융당국, 증권사 기업금융 기능 강화 목표로 인가 절차 재개
기존 4개사 과점 체제 깨고 9개사 경쟁 구도 열리나

[이코노미스트 정동진 기자] 최근 초대형 투자은행(IB) 신규 지정이 재개되면서 국내 증권업계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제도 개편안을 발표하고 신규 인가 절차를 재개하자 자기자본 등의 조건을 갖춘 5개 증권사가 일제히 초대형 IB의 핵심 업무인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신청했다. 금융당국이 이르면 올 3분기 중 인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 만큼, 그 결과에 따라 국내 IB 시장의 판도가 크게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5개사의 동시 신청은 초대형 IB 제도가 처음 도입된 이후 사실상 멈춰 있던 신규 인가 절차가 재개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과거 금융당국은 2017년 5개사를 초대형 IB로 지정했지만 발행어음 인가는 각 사의 대주주 적격성 문제, 불완전판매 관련 제재, 내부통제 이슈 등이 겹치면서 일부 증권사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됐다.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 시장 상황을 고려해 금융당국이 신규 인가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추가 지정이 지연돼 왔다.
금융당국의 이번 신규 인가는 증권사의 기업금융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요한 제도 개편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하위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며 종투사 제도를 정비하고 신규 인가 신청을 재개한다고 공식화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그간 부동산에 집중됐던 증권사 자금을 벤처와 스타트업 등 모험자본 분야로 유도해 신성장 산업을 육성하고 자본시장 역동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고 기업금융 시장을 다변화한다는 계획이다.
5개사 발행어음 인가 ‘도전장’
신청에 나선 증권사는 총 5곳으로, 모두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요건을 충족한 주요 증권사들이다. 키움증권,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메리츠증권은 종투사 지정과 발행어음 인가를 동시에 신청했다. 삼성증권은 이미 종투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어 발행어음 인가만 재도전하고 있다.

2025년 1분기 말 기준 각 사의 별도 자기자본은 삼성증권(6조8541억원), 메리츠증권(6조8069억원), 하나증권(6조252억원), 신한투자증권(5조3840억원), 키움증권(5조172억원) 순으로 5개사 모두 최소 요건을 크게 초과한 상태다.
이번 경쟁의 핵심은 단연 ‘발행어음’ 인가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자기자본의 최대 200%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 초대형 IB의 핵심 비즈니스로 평가된다. 발행 절차가 간단하고 안정적으로 대규모 자금을 확보할 수 있어 인수합병(M&A), 기업 대출, 부동산 금융 등 자금이 많이 필요한 IB 업무를 확장하는 데 필수적인 기반이 된다.
나아가 발행어음 인가는 금융당국이 해당 증권사의 신용도와 리스크 관리 능력을 공인했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이는 고객 유치와 대외 신인도 제고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타 증권사와의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안정적인 자금 조달 능력을 바탕으로 사업 다각화를 이룰 수 있어 대형 증권사의 성장과 수익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한국투자증권은 이를 주요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해 IB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2019년 발행어음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코웨이(구 웅진코웨이) 인수 및 재매각을 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같이 국내 M&A 및 기업 인수금융, 구조화 금융 시장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경쟁 우위를 확립한 한국투자증권의 성공은 후발 주자들에게 발행어음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때문에 5개 증권사 모두 이번 인가 획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장 판도 바꿀 열쇠…내부통제·모험자본이 관건
만약 5개사가 모두 발행어음 인가를 받으면 현재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 등 4개사가 차지하던 발행어음 시장은 9개사가 경쟁하는 시장으로 재편된다. 신규 진입자들의 자기자본 합계만 약 30조원에 달해 이론적으로 60조원에 가까운 신규 유동성이 시장에 풀릴 수 있다. 이는 현재 발행어음 시장 전체 규모(약 42조원)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는 즉각적인 자금 조달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 유치를 위한 발행어음 금리 인상 경쟁이 벌어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증권사들의 조달 비용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막대한 실탄을 확보한 신규 플레이어들이 M&A 및 기업대출 등 전통 IB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기존의 리그테이블 판도가 바뀔 수 있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이번 심사가 단순히 자본 규모만으로 결정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잇따른 금융사고를 계기로 각 사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핵심 평가 요소로 삼고 있어 리스크 관리 역량이 중요하게 떠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과거 사고 이력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들여다보는 현미경 심사가 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여기에 금융위가 최근 입법예고한 새로운 규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금융당국은 그간 초대형 IB의 자금이 부동산 PF에 과도하게 쏠렸다는 비판을 수용해 새로운 규제를 도입했다. 앞으로 발행어음 사업자는 조달한 자금의 일정 비율을 반드시 벤처·스타트업 등 모험자본에 공급해야 한다. 이 의무 비율은 2028년까지 25%로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될 예정이다. 한편 부동산 관련 자산 운용 한도는 기존 30%에서 10%로 대폭 축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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