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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도네시아인가?”… K-스타트업, 기회의 땅 자카르타 문을 두드리다
- [인도네시아가 뜬다]①
GBC 자카르타 마련한 ‘K-벤처 IR 데이’ 현지 VC 주목
IR 데이 이후 전략적 협업 기회 얻은 한국 기업도 나와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코노미스트 최영진 기자] "우리는 두 가지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 2018년부터 연구개발(R&D)을 시작해 그동안 많은 데이터와 수치를 모았다. 그 데이터를 활용한 사업이 있고, 두 번째 종자 판매 비즈니스가 가능하다. 한국에서 종자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인도네시아 반둥 지역에 두 개의 농장이 있다. 그 중 한 농장에서 토마토를 생산하고 있고, 우리 솔루션을 그곳에 이미 적용하고 있다."
"그럼 종자 판매는 언제부터 시작하나."
"12월 정도에 판매를 시작할 것 같다."
"우리는 인도네시아에 기반을 둔 벤처캐피털(VC)인데 동남아시아 전역에 투자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려고 하는 기업들과 협업하고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는 시드(seed) 단계부터 시리즈 A 단계에 투자하고 있다. 우리가 직접 투자하지 않아도 파트너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한국의 팜테크 스타트업 조벡스(Zorvex)의 서균희 인도네시아 법인장과 인도네시아 현지 VC인 메이븐아시아캐피탈(Maven Asia Capital)의 투자심사역 제임스 보엠(James Boem)의 대화다. 지난 9월 1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자카르타에서 한국에서 온 10개의 중소벤처기업은 인도네시아 현지 VC 관계자들과 1대 1 미팅을 했다. 다음 날 열리는 한국의 중소벤처기업의 투자 유치 활동(IR) 발표에 앞서 현지 VC와 30여분 정도의 대화 시간을 미리 가진 것이다.
이 시간을 통해 현지 VC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미리 알 수 있게 됐다. 다음 날 있을 IR 대회 준비에 앞서 담금질을 한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목표는 하나다.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과 이를 위한 투자 유치다.
이들은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이 주최하고, 글로벌 VC 리젤캐피탈이 주관한 '2025 인도네시아 K-테크 서비스 유망기업 투자유치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이후 한국에서 2주짜리 워크숍 등을 진행하면서 인도네시아 시장과 제도 및 비즈니스 문화 등을 배웠다. ▲VC 펀드 구조▲투자 유치를 위해 준비해야 할 사업계획서 작성법 ▲프리젠테이션 파일(Pitch deck) 작성 노하우 ▲VC 투자 방식 파악 등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투자 유치를 위한 A to Z를 모두 배웠다.
모든 사전 준비가 끝난 후 9월 7일 이들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입국했다. 한국 중소벤처기업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고 있는 GBC 자카르타를 본거지로 이들은 인도네시아 산업의 흐름 및 정책 그리고 기업 가치 평가 등에 대한 세미나를 통해 다시 한번 현지 시장에 대한 스터디를 했다. 인도네시아 대표 이커머스 기업 블리블리와 디지털 인프라 기업 엠캐쉬를 방문해 현지 기업과의 네트워크 기회도 얻었다. 한국에서 온 중소벤처기업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9월 11일 열리는 IR 행사 준비에 집중했다.
9월 11일 오후 2시부터 자카르타 도심에 있는 Mangkuluhur City Office 19층에 현지 VC 관계자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온 기업 창업가 및 관계자들은 회의실 한편에서 마지막으로 발표 준비를 마무리했다. 인도네시아 현지 VC 관계자들은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마련된 자리에 앉았다. 이날 오후 3시 인공지능(AI) 비전 기술로 통신 및 스마트팩토리의 품질을 검증하는 테크 기업 넥스트랩을 시작으로 10명의 창업가 및 관계자들의 IR 발표가 이어졌다.
"왜 인도네시아가 사업을 시작하기에 좋은 곳이라고 생각하나"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인가. 하드웨어 판매인가, 아니면 구독 서비스 지불인가" "기업 간 거래(B2B)에만 집중하고 있나, 아니면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도 하나. 개인 간 거래(C2C) 비즈니스도 있나" "인도네시아의 과제 중 하나는 소비자 신용도 산출인데, 소비자 신용 위험은 어떻게 분석하고 있나" 등 IR 발표가 끝나면 VC 관계자들의 질문이 나왔다. 민감하기도 하고 어려운 질문에 발표자들은 웃음과 함께 자신감 있게 해결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VC 관계자들의 조언이 나오기도 했다.
3시간 정도 이어진 IR 발표회장은 웃음과 박수가 어우러지는 밝은 모습이었지만,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IR 피칭을 넘어, 한국의 중소벤처기업이 낯선 땅 인도네시아에서 겪는 고군분투와 무한한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생생한 현장이었다.

성공 DNA 품고 인도네시아로…'K-유니콘' 꿈꾸는 도전자들
이번 행사에 참여한 기업들은 이미 각자의 분야에서 성공 방정식을 증명한 강소기업들이다. 베트남 오토바이 시장의 90%를 장악한 플랫폼 '오케이쎄'(OKXE)부터, 인공지능(AI) 기반 농업 기술로 감자 수확량을 두 배로 늘린 '컬티크롭'(Culticrop), 한국 최대 로열티 포인트 시스템과 연동한 대체 자산 투자 플랫폼 '트레져러'(Treasure), AI 기반 정밀농업 솔루션 플랫폼 개발 스타트업 '조벡스'(Zorvex) 등 10개의 한국 중소벤처기업의 목표는 명확했다. 바로 인구 2억8000만명, 동남아시아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하는 '기회의 땅' 인도네시아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다.
스마트팜 솔루션 기업 조벡스의 서균희 인도네시아 법인장은 "한국은 이미 대기업 중심의 시장이라 스타트업이 넘버원이 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해외에서 먼저 성공한 뒤 역수입하는 모델을 구상했고, 7년간의 현지 경험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인도네시아에 도전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현지 대규모 농업 기업과 손잡고 반둥 지역에서 농장을 운영하며 '스테비아 토마토' 재배와 판매라는 구체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지난해 베트남에서 3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 10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는 베트남 중고 오토바이 플랫폼 시장을 선점한 오케이쎄의 김우석 대표는 인도네시아 VC 관계자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이 외에도 스마트 축산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한국아이오티, 스마트팜 통합관리 솔루션 개발 기업 컬티크랍 등은 현지 VC와 후속 작업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는 성과를 냈다.

정부 지원 등에 업고 '제2의 베트남 신화' 쓴다
이들의 도전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다. ▲예측 불가능한 행정 시스템 ▲현지 인력 관리의 어려움▲치열한 경쟁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서균희 조벡스 인도네시아 법인장은 "라이선스 하나 받는 데 2년이 걸리고, 하루아침에 정책이 바뀌기도 한다"며 "결국 현지 파트너와의 끈끈한 신뢰와 '패스트 트랙'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 시장에는 삼성전자·현대자동차·LG·포스코·LX 등 한국 대기업이 진출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K-컬처 바람이 불면서 K-스타트업의 진출도 조금씩 활발해지고 있고 이미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곳도 몇 곳이 있다. K-뷰티 플랫폼 '케이스타일허브'를 운영하고 있는 '언니스(Unnisc)가 대표적이다. 언니스는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현지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적극 활용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온라인 게임 아이템 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는 '아이템쿠', 잠금 화면 광고 플랫폼 '캐시트리' 등이 인도네시아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K-스타트업으로 꼽히고 있다.
이러한 스타트업들의 해외 진출 뒤에는 든든한 정부의 지원이 있다. 중기부와 중진공은 이번 프로그램처럼 현지 VC·액셀러레이터(AC)와의 직접적인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해외 진출 자금 ▲법률·특허 컨설팅 ▲사무공간 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중기부는 올해 '글로벌 액셀러레이팅 지원사업'에 약 96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150여개 스타트업을 지원한다. 특히 AI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을 돕는 특화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실리콘밸리에는 공공과 민간이 합작한 'K-스타트업 실리콘밸리 타운'(가칭)을 구축해 글로벌 창업 허브로 삼을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주관하는 'K-Global 해외 진출 지원사업' 역시 정보통신기술(ICT)·디지털 분야 스타트업에 법률·회계·마케팅 컨설팅부터 IR 밋업·기술 매칭까지 폭넓은 지원을 제공한다. 이 외에도 수출 경험이 있는 기업을 위한 '글로벌 인증획득 지원', 해외 유망 스타트업을 국내로 유치해 함께 성장하는 'K-Startup Grand Challenge' 등의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김상수 리젤캐피탈 상무는 "인도네시아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시장이지만, 동시에 철저한 현지화와 네트워크가 필수적인 곳"이라며 "이번 프로그램이 한국의 유망한 기술 기업들이 현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나아가 글로벌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발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왜 인도네시아인가?'라는 질문에 한국의 기업들은 '거대한 시장'과 'K-컬처에 대한 호감'을 넘어서는 도전을 하고 있다. 그들의 무기는 '기술력'과 '현지화 전략' 그리고 '성공에 대한 확신'이다. 자카르타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제2의 베트남 신화', '아세안의 유니콘'을 꿈꾸는 한국의 중소벤처기업의 담대한 도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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