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킷은 교실, 자동차는 교과서...토요타의 ‘친절한’ 레이싱 수업 [타봤어요]
- 토요타, ‘GR 모터스포츠 클래스’ 개최
다양한 프로그램, 모터스포츠 즐거움 선사
빠른 속도보다 차량 제어 중요성도 일깨워

기자는 지난 16일 강원도 인제군의 인제 스피디움을 찾았다. 이곳에서는 토요타가 준비한 ‘모터스포츠 클래스’가 진행됐다. 프로그램은 크게 네 가지로 구성됐다. ▲전문 인스트럭터가 진행하는 운전 테크닉 이론 교육 ▲슬라럼, 레인 체인지, 코너링 브레이킹 등 스포츠 주행 훈련 ▲공식 라이선스 취득 과정 ▲후륜구동 스포츠카 GR86의 드리프트 택시 동승 체험까지 포함됐다.
토요타에게 서킷은 시험장이자 교실이다.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 레이스, WRC 세계 랠리 선수권 대회에서 얻은 데이터와 경험은 양산차 개발로 이어진다. GR 수프라, GR86 등 토요타의 모든 최신 기술은 이곳에서 검증된다.

토요타가 준비한 교실에서 기자는 직접 토요타의 레이싱 철학을 배웠다. 첫 순서는 이론 교육이었다. 인스트럭터가 직접 시트 포지션, 발의 위치, 스티어링 휠의 높이 등 기본기를 하나씩 설명했다. 작은 자세 차이가 브레이크의 반응과 조향에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드는지 다시금 배울 수 있었다.
다음은 스포츠 주행이다. 첫 실습은 슬라럼 주행이었다. 지그재그로 놓인 콘 사이를 통과하며 차량의 무게 중심 이동을 온몸으로 느꼈다. 핸들을 급하게 꺾으면 차체는 금방 균형을 잃었다. 인스트럭터의 조언대로 부드럽게 조작하자 차체가 매끄럽게 흔들렸다. 이 단순해 보이는 훈련은 실제 신차 개발 과정에서도 필수적인 안전성 테스트라고 한다.
계속해서 레인 체인지도 배웠다. 레인 체인지는 긴급 상황을 가정해 갑작스럽게 차선을 바꾸는 훈련이다. 찰나의 순간에 두 번의 연속 차선 변경을 해야 했고, 속도를 조절하지 않으면 차량은 한계점을 넘어갔다. 이날 기자는 레인 체인지 도중 5개의 콘을 넘어뜨리곤 했다. 멀리서 바라봤을땐 쉬워 보였지만, 실제 조작해 보니 매우 까다로운 운전 기술이었다.

빗길 가르는 ‘토요타 레이싱 혼’
기초 훈련을 마친 뒤, 참가자들은 마침내 트랙 주행에 나섰다. 이날의 무대인 인제 스피디움은 국내 최초 국제 자동차경주협회(FIA) 인증을 받은 상설 서킷이다. 총 길이 3.908km, 19개의 코너와 최대 17m의 고저차를 자랑한다.
긴 직선 구간과 연속 S자 코너, 급경사의 헤어핀까지 갖춰, 차량의 성능과 운전자의 역량을 한꺼번에 시험할 수 있는 국내 최고 수준의 서킷으로 평가된다.
이날은 평소보다 훨씬 까다로운 조건이었다. 장대비가 쏟아지며 트랙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겼고, 시야는 비로 인해 흐릿했다. 타이어와 노면 사이의 마찰력이 줄어든 만큼 작은 실수도 곧바로 미끄러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출발 신호가 떨어지자, 젖은 노면 위로 엔진음이 동시에 울려 퍼졌다. 기자가 몰던 차량의 앞유리에는 빗물이 흩날리며 와이퍼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첫 직선 구간에서 가속 페달을 깊숙이 밟자 차체가 뒤로 밀리며 엔진 회전수가 치솟았다. 그러나 트랙의 첫 코너가 다가오자 곧바로 브레이크를 밟았다. 비로 젖은 노면은 생각보다 훨씬 미끄러웠다. 살짝만 늦게 브레이크를 잡아도 타이어가 ‘끼익’ 소리를 내며 차체가 흔들렸다.
이어지는 구간은 S자 코너였다. 핸들을 부드럽게 좌우로 조작해가며 차량의 무게 중심이 좌우로 쏠리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다. 기초 훈련에서 배운 슬라럼 감각이 여기서 빛을 발했다. 배운대로 핸들을 풀며 가속 페달을 밟았다. 차량은 미끄러짐 없이 안정적으로 코너를 탈출했다.
고속 코너 구간은 한층 더 긴장감을 높였다. 빠르게 코너에 진입하는 순간, 차체가 젖은 노면 위에서 미세하게 흔들렸다. 브레이크와 스티어링을 동시에 다루는 코너링 브레이킹의 중요성을 다시 실감했다. 강사의 조언대로 천천히 브레이크를 풀어내며 방향을 틀자, 차량은 마침내 제 궤도를 유지했다.
젖은 트랙을 몇 바퀴를 돌다 보니 처음의 긴장은 조금씩 설렘으로 바뀌었다. 속도가 아니라 제어가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꼈다. 빗길이라는 악조건은 평소보다 더 날카로운 집중력을 요구했고, 그 덕분에 차량의 반응 하나하나가 세밀하게 전해졌다. 토요타의 가르침이다.
트랙 주행을 마친 뒤, 마지막 하이라이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인스트럭터가 직접 운전하는 GR86에 동승하는 프로그램, 일명 ‘드리프트 택시’다. 폭우를 뚫고 GR86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2.4리터 수평대향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낮고 굵은 배기음이 빗소리를 뚫고 울렸다.
기자는 옆좌석에 몸을 맡겼고, 드라이버는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았다. 차체가 움찔하더니 곧 폭발적인 힘으로 직선을 질주했다. 이후 차량은 마치 회전목마처럼 원을 그렸다. 엔진음과 타이어 마찰음, 그리고 비에 젖은 노면이 뒤섞이며 귀를 압도했다. 옆에 탑승한 기자의 몸은 차량에서 붕붕 떠다녔지만, 인스트럭터는 침착했다. 그는 보란듯이 차량을 능숙하게 제어해 보였다.
폭우 속에서 이뤄진 드리프트 택시는 이날 교육의 완벽한 마무리였다. 차와 사람이 빗길 위에서 한 몸처럼 움직이며 색다른 경험을 제공했다. 토요타가 말한 ‘모터스포츠를 통해 더 좋은 차를 만든다’는 철학을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김형준 토요타코리아 이사는 “이번 행사는 토요타가 모터스포츠에 얼마나 진심인지, 직접 서킷에서 함께 체험하고 느낄 수 있게끔 돕기 위해 마련했다”며 “토요타는 모터스포츠를 통해 더 좋은 차를 만든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 브랜드”라고 말했다.
이어 “모터스포츠는 좋은 차를 가장 빠르게 단련하고 시험하는 무대이자, 인재를 키우는 역할을 수행한다”며 “더 나아가 미래를 위한 토요타의 도전의 의미도 갖는다. 앞으로도 토요타는 한국의 모터스포츠 문화가 더 커지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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