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정동진 기자]전국 지하수에서 중금속과 독성물질이 광범위하게 검출된 가운데, 영풍 석포제련소 인근 지하수 오염이 특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2022년 지하수 오염물질 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51개 기초지자체에서 중금속 등 오염물질이 확인됐다. 

2018~2023년 지하수오염지역 조사에서는 공업용수로도 사용이 어려운 수준의 오염 지역이 다수 발견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의 2023년 표본조사 결과 2000개 관정 중 61.9%(1237건)가 마시기에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 중 경북 봉화군에 위치한 영풍 석포제련소 인근 지하수가 대표적인 중금속 오염 지역으로 꼽혔다. 카드뮴 농도는 공업용수 기준(0.02㎎/ℓ)을 최대 3만 배를 초과하는 0.28~753㎎/ℓ로 검출됐고, 비소 역시 15회 검사 중 8회 수질 기준을 넘었다. 불소 농도도 기준을 지속적으로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지난 2019년 폐수 무단 배출과 무허가 배관 설치로 물환경보전법 위반 사실이 적발돼 조업 정지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말에는 석포제련소 노동자 4명이 비소 중독으로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공단 조사에서도 석포면과 소천면 일대 지하수에서 비소와 불소 항목이 지속적으로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은 제련소와 폐광산이 밀집한 곳이다. 대구지방환경청 조사에서는 카드뮴 외에도 수은, 납, 크롬 등 다양한 중금속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석포제련소 인근 오염 실태가 드러나면서 폐쇄 및 이전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주최한 '영풍 석포제련소 폐쇄·이전과 정의로운 전환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는 정부 주도 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최근에는 시민단체들이 대선 공약에 석포제련소 이전과 시민감시단 도입을 반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밖에 전북 진안, 충북 충주, 강원 원주·홍천 등에서도 비소가 검출됐다. 경기 이천, 경남 창원, 전남 고흥, 충북 보은에서는 페놀 부적합 사례가 나타났다. 서울에서는 유출지하수 140개 지점 중 14곳에서 과불화화합물(PFAS)이 기준치를 초과했다.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 건강은 물론, 농업과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하수가 중금속과 발암물질에 오염된 상태로 사용되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석포제련소 인근에서 검출된 맹독성 비소는 매우 심각한 문제로, 정부는 오염 지역 실태를 철저히 조사하고 지하수 이용 제한 등 신속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영풍 석포제련소는 폐수 무단 배출과 무허가 배관 설치로 받았던 조업 정지 처분을 이행한 뒤 지난 20일 리스타트 선포식을 갖고 조업 재개를 공식화하면서 무사고·친환경 조업과 생산 혁신을 다짐하며 한 단계 발전된 제련소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김기호 영풍 대표이사는 "석포제련소는 5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며, 환경투자가 마무리되면 더는 흠잡을 곳 없는 제련소가 될 것"이라며 "100년 이상 지속 가능한 제련소를 향해 임직원이 힘을 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풍 측은 봉화 지역의 경우 폐광산 영향으로 자연적으로 비소가 검출될 수 있으며, 지하수 오염과 제련소 운영 간 인과관계는 명확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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