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두 번의 IPO 실패 ...케이뱅크, '세 번째 도전' 완주 가능할까
- [케이뱅크 IPO]①
과거 실패 교훈 삼아 공모 구조 재정비…카카오뱅크 반등 '청신호'
높은 투자자 기대치·실적 악화 '변수'…정교한 가격 책정 관건

[이코노미스트 정동진 기자] 케이뱅크가 세 번째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두 차례 상장을 철회한 지 약 4개월 만에 대표 주관사를 재선정하고 상장 절차를 재개했다. 재무적 투자자(FI)와의 계약 이행 시점이 다가오는 가운데 최근 증시가 반등하자 상장 재추진에 나서는 것으로 해석된다.
케이뱅크는 지난달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을 공동 대표 주관사로 선정했다. 지난 두 차례의 상장 시도에서 주관사를 맡았던 KB증권과 외국계 증권사들은 이번 상장 과정에서 제외됐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인터넷은행과 금융업 전반에 대한 이해와 IPO 경험 등을 기준으로 주관사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IPO 재추진의 배경에는 2021년 유상증자에 참여했던 재무적 투자자(FI)들과의 계약 조건이 있다. 당시 케이뱅크는 MBK파트너스, 베인캐피탈 등으로부터 약 7250억원을 유치하며 ‘2026년 7월까지 상장’ 조항에 합의했다.
만약 이 시점까지 상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FI들은 풋옵션이나 동반매각청구권(드래그얼롱)을 행사할 수 있다. 특히 대주주인 BC카드가 일부 지분을 인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어, 시장에서는 이를 피하기 위한 상장 시도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과거 두 차례의 실패는 케이뱅크에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특히 올해 초 두 번째 시도는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둔 것이 결정적인 상장 무산의 이유가 됐다.
당시 케이뱅크는 카카오뱅크와 함께 해외 은행들을 비교 그룹으로 삼고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 2.56배를 적용해 최대 5조원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제시했으나, 시장의 눈높이를 크게 벗어난다는 등의 고평가 논란에 직면했다. 여기에 공모 물량의 절반이 기존 재무적 투자자(FI)의 투자금 회수를 위한 구주매출로 채워진 점은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케이뱅크는 이번 도전에서 이러한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공모 구조를 재정비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공모 규모를 직전 절반 수준인 5000억원 안팎으로 줄이고, 희망 공모가도 주당 8500원 선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과거 수요예측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높은 구주매출 비중을 낮추고, 신주 발행 중심으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편 우호적으로 변한 시장 환경은 케이뱅크의 이번 도전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증시가 2분기부터 본격적인 반등을 시작하면서 핵심 비교기업인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눈에 띄게 올랐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지난 1월 초 2만1500원 수준에서 4일 기준 2만9000원까지 올랐다. 이에 한때 1.6배 수준까지 하락했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2.13배로 회복했다.
이처럼 인터넷은행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되살아나면서, 과거 고평가 논란을 겪었던 케이뱅크가 FI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면서도 시장을 설득할 만한 가격을 제시할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 순이익(1280억원)을 기록하며 성장성을 입증했지만, 2025년 1분기 순이익은 1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 감소했다. 주요 거래처인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 지급해야 하는 예치금 이자율이 높아지면서 비용이 증가한 탓이다.
다만 수익성 감소에도 불구하고 외형 성장과 자산 건전성 개선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케이뱅크의 1분기 말 기준 총여신은 16조9445억원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건전성 지표인 연체율은 0.66%로 3년 내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등 리스크 관리 역량을 보여줬다.
이 밖에 투자수익률 측면에서 FI들의 기대치를 고려해야 하는 점은 변수다. 2021년 투자 당시 케이뱅크의 기업가치가 약 2조4000억원 수준이었던 만큼, IPO 시점에 4조원 이상은 돼야 FI들의 내부수익률(IRR)이 약 8%를 충족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때문에 기업가치가 일정 수준 이상은 형성돼야 하지만, 동시에 기관 수요를 감안한 현실적인 가격 산정도 필요하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한층 더 정교한 공모 전략이 필요할 전망이다.
상장 주관사 관계자는 “최근 국내 주식시장 상황이 호전되면서 카카오뱅크 등 핵심 비교 기업의 주가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점은 케이뱅크의 상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 같다”며 “성공적인 IPO를 위해서는 발행사와 주주 간의 긴밀한 논의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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