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이슈
“소비쿠폰, 오히려 불확실성 키울 수도”...새 정부 물가 역량 시험대
- [‘물가 전쟁’ 시작됐다]①
새 정부 ‘물가 안정’ 최우선 과제
관계부처 물가 잡기 대응 본격화
단발성 정책 지양·중장기 해법 필요

물가 안정 위해 모든 수단 총동원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민생 보호와 물가 안정을 주문했다. 지난 9일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에서 한 발언은 물가 안정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속도감 있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지시하며 “물가 안정과 경제 회복을 위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대통령의 물가 안정 대책 주문 이후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산업통상자원부·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가 물가 대응책 마련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이 일환으로 정부는 유류세와 개소세 한시 인하 조치를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 외에 정부의 물가 안정화 정책으로는 ▲일부 품목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 연장(신규 적용 포함) ▲460억원 규모의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개혁 TF 운영 등이 있다.
정부가 물가 잡기에 총력전을 벌이는 이유는 지난 정권의 영향이다. 윤석열 정부 첫해인 2022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5.1%를 기록했다. 2024년 12월 14일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막을 내린 윤 정부의 지난 3년간 소비자물가지수 평균 상승률은 3.7%에 달한다.
특히 윤 정부 시절에는 밥상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의 상승세가 거셌다. 2022년 5.4%의 상승률을 기록한 신선식품지수는 12·3 계엄 사태가 발발한 2024년에 9.8%까지 치솟았다. 관련 지수의 상승률이 9%대를 기록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성행하던 2020년(9.0%) 이후 4년 만이다.
지난 3년(2022~2024년)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을 보면 문재인 정부와 큰 차이를 보인다. 문 정부 첫해인 2017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1.9%에 불과했다. 2021년까지 문 정부 5년간 소비자물가지수 평균 상승률은 1.4%다. 윤 정부 시절과의 격차는 2.3%포인트(p)에 달한다.
당분간 정부는 물가와의 전쟁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이 물가 안정을 원하고 있어서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 5월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000명 중 54%는 고물가 및 생활비 증가 부담을 호소했다. 응답자의 61%는 민생 회복의 최우선 과제로 ‘물가 안정’을 꼽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비상경제점검 TF와 국무회의 등에서 연일 물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4일 민생 물가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TF를 공식 출범하기도 했다.

새 정부 출범 초기 대통령과 관계부처가 민생 안정을 위해 발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일부 정책은 오히려 물가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과도한 재정 투입이 요구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대표적 사례다. 정부는 국민 1인당 최대 50만원을 지급하는 소비쿠폰으로 소비 활성화를 도모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예산은 13조2000억원이다.
문제는 이를 위한 대규모 추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19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하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추경안을 의결했다. 지난 23일에는 국회에 정부 추경안이 제출됐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는 처음이지만, 올해 들어서는 두 번째 추경이다. 앞서 지난달 1일 국회는 13조8000억원 규모의 1차 추경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30조5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안(20조2000억원 확대 편성 및 세입 추경 10조3000억원)까지 통과되면 정부의 총지출은 전년 대비 6.9% 오른 702조원이 된다. 정부의 총지출이 700조원을 넘어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에 따른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73조9000억원에서 110조4000억원으로, 국가채무는 1280조8000억원에서 1300조6000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정부의 재정 건전성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확장적 정책을 강행해 부채가 늘어나면 물가가 더 오른다. 실제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한국재정학회가 올해 발표한 ‘재정 건전성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부채·지출이 1.0% 증가할 때 소비자물가지수는 최대 0.15% 상승한다.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의 컨트롤타워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분석한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물가 안정화를 근본으로 두고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들을 펼쳐야 한다”며 “규제가 아닌 관리를 해야 한다. 정부가 적극 소통하면서 제품 가격을 인하하는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주는 식의 혜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소한의 규제만 하고 시장 자율에 맞긴 김영삼 정부 시절이 본보기가 될 수 있다. 당시 정부는 유통 구조 개혁 등을 토대로 제품 가격 인하 노력에 나섰다. 또 탈규제화를 표방하며 물가 관련 정부 주도 규제 정책은 최소화했다. 김 정부 5년(1993~1997년)간 소비자물가지수 평균 상승률은 4.98%로, 7%대를 웃돌던 노태우 정권과 큰 차이를 보였다.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한 중장기적 정책 마련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새 정부가 출범했기 때문에 기존 공약에 대한 이행의 부담이 분명 존재할 것”이라며 “현재의 어려움을 단기간에 해결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정부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정책 과제들을 검토 및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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