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동남아시아의 일그러진 영웅 이피셔리(eFishery) [동남아시아 투자 나침반]
- 가난 이겨냈던 창업자, 성공의 달콤한 열매 유혹 이겨내지 못해
투자자들 대부분 손실 낼 듯…검증 제대로 하지 못한 탓

[김상수 리겔캐피탈 상무] 이문열 작가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이러한 구절이 나온다. “그의 권력은 너무 완벽했고, 그래서 더 치밀하고 조용했다.” 책 주인공 중 하나인 엄석대의 권력이 겉으로는 완벽해 보였지만, 나중에 실제로는 치밀하게 조작된 것이었음이 드러난다.
동남아시아에 혜성과 같이 떠오른 인도네시아 스타트업 이피셔리(eFishery)는 드러난 회계조작으로 인해 몰락했다. 동남아시아 스타트업 생태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이피셔리의 창업자 기브란 후자이파(Gibran Huzaifah)는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저소득 층 지역에서 태어나 성장했고 어렸을 때부터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그는 열심히 공부해서 인도네시아 최고의 공과대학 중 하나인 반둥 공과대(ITB)에서 생물학을 전공했다. 대학 시절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메기 양식을 시작하였다. 이 과정에서 양식업의 비효율성과 높은 사료 비용 문제를 직접 경험하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2년에 자동화된 스마트 사료공급기 초기 프로토타입을 개발했고 2013년 10월 8일에 이피셔리를 창업하였다.
이피셔리의 첫 제품은 2014년에 출시되었으며, 초기에는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첫 고객을 확보하는 데 97일이 걸렸고, 처음 10명의 고객을 확보하는 데 9개월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엉터리 회계장부로 유니콘 등극
2015년 첫 투자를 받은 이후 2022년 1월 테마섹, 소프트뱅크 등으로부터 9000만 달러(약 13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2023년 5월 아부다비의 42XFund의 주도하에 2억달러(2900억원)의 투자를 받고 14억달러(2조원)의 가치를 인정받아 유니콘에 오르게 된다.
이피셔리의 사업모델은 단순 자동 사료 공급기 제조와 판매를 넘어 수산물 거래, 양식장 어부들에게 금융지원을 하는 금융 서비스까지 확장을 하게 된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인도네시아의 열악한 수산업을 바꾸는 그의 이야기는 블룸버그 등 외신을 통해 퍼지게 되고 스타로 떠오르게 된다.
하지만 견고할 지 알았던 그의 사업은 순식간에 몰락한다. 2024년 회사의 회계부정에 대한 내부고발이 있었고 외부 감사를 통해 드러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2024년 1월부터 9월까지 실제 매출액은 약 1억 5700만 달러(2260억원)였으나, 회사는 이를 7억 5200만 달러(1조 810억원)로 보고하여 약 6억 달러(8600억원)를 과장했음이 드러났다. 같은 기간 실제로는 3540만 달러(51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지만 회사는 1600만 달러(230억원)의 이익을 냈다고 보고했다. 무려 매출의 80%가 거짓이었다. 이일로 2024년말 최고 경영자였던 기브란 후자이파와 공동 창업자 크리스나 아디티아는 사임을 하게 된다.
추가 조사를 통해 드러난 사항은 40만개의 자동 먹기공급기를 배포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실제로는 6300개에 불과했고 이중 600개만이 데이터를 전송하고 있다고 밝혀졌다. 기술 적인 면에 있어서도 수산업 거래에서 많은 양식업자들이 구매자와 수동으로 매칭되었고, 이 회사가 자랑스럽게 선전했던 자동 사료 기술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또한 금융서비스의 경우에도 미수금 6800만 달러(980억원) 중 76%가 60일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이었으며, 미회수된 금액은 회사가 금융기관에 대신 갚아가고 있었다.
투자자들은 투자금의 대부분을 손실을 낼 것으로 보인다. 회수한다 하더라도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도 10%이내로 가능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난 이겨낸 성공 스토리에 투자자들 매료
최근 이피셔리 창업자는 블룸버그 인터뷰를 통해 드러난 투자과정은 더욱 충격으로 다가왔다. 투자를 받기 위한 2021년의 어느 날 소프트뱅크와의 화상회의 시간은 애초 60분으로 예정되었으나 손정의 회장이 15분만에 회의를 중단시켰고, 그 뒤 2억달러(2900억원)의 기업가치로 투자 제안을 받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후 세콰이어 인디아 및 동남아시아(현 Peak XV)가 약 3억 달러(4300억원)가 조금 넘는 가치로 독자적인 투자 제안을 보냈다. 그리고 테마섹의 CEO는 이례적으로 왓츠앱으로 개인적으로 연락했고 2022년 투자를 받을 때 기업가치는 결국 4억 1000만달러(5900억원)로 결정되었다.
기브란은 2018년부터 내부용과 투자자용 이중 장부를 작성했다. 투자를 받기 위한 2021년 수치에서도 적자를 흑자로 바꿔 놓았고 매출도 40%이상 부풀어져 있었다. 기브란은 이러한 속임수에 불편함을 느꼈지만, 대형 투자자들과 언론 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는 상황을 즐겼다. 자신의 스타트업이 수많은 어민을 도와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논리로 정당화했다. 투자자들도 어려운 가정 환경을 극복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라는 스토리에 매료되어 제대로 된 재무 및 기술 검증을 소흘히 한 것이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엄석대가 떠난 후 이런 문장이 나온다. “그는 사라졌지만, 그의 그림자는 오랫동안 우리 안에 남아 있었다.”
견고할 지 알았던 한 유니콘은 조작으로 인해 무너졌고 동남아시아 스타트업 생태계에 경종을 울리며, 투자자들과 창업자들 모두에게 투명성과 책임감을 강조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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