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흔들리는 세계 무역..."그래도 미국 빼고 말하기는 일러"
- [흔들리는 세계 무역 질서]④
김종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안보실장 인터뷰
미·중 갈등 장기화, 세계 무역 타격
국가 간 공급망 다변화 언급 나오지만, 현실화 어려움
美 관세 정책 마무리 후 무역 질서 재편 가능성도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으로 글로벌 경제가 출렁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무역 장벽을 쌓고 특정 품목에 높은 관세율을 매기며 세계 경제를 움츠러들게 했다. 이후 곧바로 깜작 관세 유예를 선언하면서 예측하기 힘든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리 정부와 기업도 미국의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글로벌 정세가 세계 경제 질서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코노미스트]는 현 상황에 대한 진단과 향후 전망에 대해 김종덕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무역통상안보실장의 의견을 들어봤다.
김종덕 실장은 “현재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다자간 통상 질서는 사실상 무력화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관세 부과, 수출 통제로 이어지는 미국의 일방주의적 통상 정책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회원국 간 무역 자유화를 위해 관세 등 무역 제한 조치를 철폐하는 자유무역협정(FTA) 역시 미국의 관세 부과로 빛이 바랜 상황이다. 실제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를 맺고 있음에도 미국의 기본 관세 부과, 자동차‧철강 등 품목별 관세 부과 정책으로 많은 부담을 떠안은 상황이 됐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무역 장벽을 높이거나 다른 나라와의 연대를 통해 리스크를 줄이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의 이런 행보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과 갈등의 골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 세계 무역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1~2위 국가인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장기화 할 경우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도 있다. 김종덕 실장은 “많은 사람이 지금을 1930년대 시절 (대공황)과 비교하는데, 장기간 어려움이 지속될 수 있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벌써 올해 말쯤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미국이 여기서 (중국에)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며 “중국이 보복 관세로 대응하는 등 한 번 대립이 시작되면 ‘트레이드 워’(trade war) 라는 게 금방 끝나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다”고 했다. 양국이 강대강 자존심 대결로 나아갈 경우 갈등이 계속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과 중국의 자존심 대결은 수위를 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상호 관세로 추가 34%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자 중국은 마찬가지로 미국에 34%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맞섰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50%를 더 높이자 중국도 84% 상향으로 맞불을 놓았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으로 대응한 것이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관세만 125%까지 확대하고 다른 나라에는 상호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하는 발표를 내놓기도 했다. 어느 한쪽이 물러서지 않는 치킨 게임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후 중국이 희토류 수출 금지를 발표하며 맞불을 넘은 강공 정책을 취하자 미국은 저사양 반도체의 중국 수출에도 제동을 거는 등 미·중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미‧중 갈등으로 글로벌 경제 양분화 우려
미‧중 무역 갈등이 장기화 할 경우 글로벌 경제는 큰 충격을 피해가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양국의 무역 갈등으로 글로벌 경제가 두 개의 블록으로 갈라지면서 양국 간 상품 교역이 최대 80%까지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김종덕 실장은 “국은 중국과의 경제 의존도가 높아 미중 갈등이 장기화 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중국산 원자재나 부품을 활용한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는 미국의 제재가 가해질 경우 간접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발표한 한국 무역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4월 기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은 미국과 중국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0.3%를, 중국은 18.7%에 달했다. 수출 중심의 우리나라가 양국에 의존하는 비중이 40%에 달하는데, 두 나라가 무역장벽을 높이며 갈등하면 중간에서 우리나라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김종덕 실장은 “모두가 손잡고 잘 사는 상황, 자유 무역이 굉장히 번창하는 상황이 가장 좋은데, 중국이 배제되는 상황은 우리(나라)에 좋지 않을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다만 미국이 우방국으로 분류되는 국가에 호의적인 정책으로 선회한다면 우리도 (미국쪽으로) 공급망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짤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종덕 실장은 “만약의 상황을 어떻게 가정하느냐의 문제이지만, 미국이 자국 중심의 공급망을 고집하기보다 우방에 혜택을 보장하고 ‘연대를 통한 공급망 형성’ 같은 전략을 추진하게 되면 우리 기업들도 선택을 고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배제한 공급만 다변화? 실현 가능성 낮아”
세계 무역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공급망 다변화 또는 지역 통상 협정 같은 ‘플랜B’의 일환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김종덕 실장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김 실장은 “새로운 질서로의 이행은 갈등 해소 이후에야 본격화 할 가능성이 크고, 미국이 우방국 중심의 공급망 전략을 강화할 경우 우리나라는 그 틀 안에서 전략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당장 미국을 배제한 무역 질서가 형성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그는 “세계적으로 미국과 중국이 아닌 다른 국가들의 연대 얘기가 상당히 많이 나오고 이런 부분의 전략에 대해서 굉장히 고민이 많은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미국이 여전히 달러 패권을 가지고 있고 통상 수요 시장으로 큰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을 배제하고 세계 무역을 이야기 한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을 빼고 세계 무역을 논한다면 해당 국가들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인지, 만약 미국이 새로운 아젠다를 제시하고 다른 방향으로 의견을 제시했을 때 그것을 거부할 수 있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 “여러 나라들이 통상 협정을 조금 더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논의도 하지만,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미국이 관세 정책을 무섭게 몰아붙이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대응하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무역)질서나 (한중일) 3국의 연대 같은 실질적인 차원의 움직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가 다시 완전하게 자리 잡힌다고 가정하면 그 이후에 성장이라든지 인도나 아세안을 활용한다든지 하는 새로운 전략을 짜 나가는 게 맞을 것 같다”며 이 역시 매우 가정적인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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