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마이스 도시 경쟁서 ‘언더독 반란’ 노리는 두 도시 ‘경북 포항’ ‘전남 여수’ [E-MICE]
- 여수,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개최 이후 관광 수요가 늘어
포항, 영일대해수욕장과 맞닿은 지역에 POEX 건립 중

[이선우 이데일리 The BeLT 센터장] 대표적인 중화학 공업 도시 ‘경북 포항’과 ‘전남 여수’가 서비스 산업 도시로 변신에 나서고 있다. 굴뚝 없는 고부가 지식서비스 산업인 마이스(MICE) 산업 육성을 통해서다.
1970년대 경제 성장기 때부터 각각 ‘철강’과 ‘석유화학’ 산업 요충지로 기능하며 구축해온 탄탄한 도시 인프라를 밑천 삼아 마이스 산업으로 도시 기능과 영역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북과 전남 지역 내 최대 산업 도시로서 인프라 개발, 행사·단체 유치 등에서 보이지 않는 경쟁 양상도 보이고 있다.
마이스 업계에선 여수와 포항의 마이스 도시를 향한 광폭 행보와 약진을 두고 ‘언더독의 반란’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항, 항만, 철도 등 교통망과 시너지 확대에 필요한 관광 자원 등 마이스 도시가 갖춰야 할 기본 요소를 이미 상당 부분 갖췄다는 평가다. 여수와 포항이 머지않아 대도시 중심의 마이스 산업 지형도를 중소도시로 바꿔 놓으며 마이스 전국구 시대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컨벤션센터는 포항, 숙박 인프라는 여수 ‘우위’
마이스 도시로서 인지도와 인프라는 여수가 포항보다 우위에 있다. 특히 숙박 인프라는 3성급 이상 호텔·리조트를 총 12개(객실 2558실) 보유한 여수가 3성급 호텔이 단 1개(140실)에 불과한 포항을 크게 앞서고 있다. 여수는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개최 이후 관광 수요가 늘면서 웬만한 대도시 부럽지 않은 숙박 인프라를 갖추게 됐다. 반면 포항은 전시컨벤션센터 건립이 시작된 최근에 들어서야 환여동 환호공원, 항구동 공영주차장 부지에 객실 200실 규모 4~5성급 특급호텔 건립이 가시화되고 있다. 부족한 숙박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2단계 전시컨벤션센터 증축 계획에 앵커호텔을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2012년 세계박람회가 여수가 마이스 도시로 첫 발을 떼는 시발점이 됐다면, 2014년 대형 크루즈선을 타고 온 중국 암웨이 소속 1만 5000명 포상관광단은 대내외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당시 여수는 역대 최대 규모 포상관광단 유치로 화제가 됐다. 지금도 연평균 1300건 내외의 기업회의, 포상관광, 학·협회 학술대회가 열리는 등 꾸준한 수요를 이어오고 있다. 2023년 사상 최대인 1356건 마이스 행사와 단체를 유치한 여수는 지난해 역대 가장 많은 42만 명 마이스 방문객을 유치하는 기록도 세웠다.
여수가 외부 행사와 단체를 유치하는 방식으로 수요를 충당하고 있다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포항은 지역에 기반을 둔 ‘안방 행사’ 키우기에 주력하고 있다. 2013년부터 매년 여는 철강산업대전, 2018년 호텔 행사로 시작해 5년 만에 국제행사로 확대된 아트페어 등이 대표적이다. 제약, 바이오, 헬스, 로봇, 푸드테크, 배터리 등 매년 정기 개최하는 국제 콘퍼런스·포럼도 여럿이다. 연간 이들 안방 행사 지원에 들이는 시 예산만 약 30억원에 달한다. 웬만한 광역지자체 한해 마이스 예산과 맞먹는 규모다. 올해 한동대와 공동 개발해 오는 14일과 15일 여는 지역특화 국제회의 ‘세계녹색성장포럼’은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K컨벤션 육성 사업’ 지원대상에도 선정됐다.
전문 시설인 전시컨벤션센터 개발은 포항이 여수보다 한발 앞선 상태다. 시 승격 70주년인 2019년부터 건립을 추진한 포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POEX)는 지난해 7월 착공해 오는 2026년 하반기 완공, 2027년 개장을 앞두고 있다. 시 예산 2166억원을 들여 북구 장성동 옛 캠프 리비 부지에 짓는 POEX는 지하 1층, 지상 5층 구조의 중소형 센터로 내부에 전시장(7200㎡)과 컨벤션홀(2000명), 중·소회의실(11개)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1단계 센터 완공에 이어 대형 공연과 이벤트 개최가 가능한 오디토리움과 다목적홀, 숙박·상업시설 등을 갖춘 2단계 증축도 추진 중이다.
여수는 센터 건립을 덕충동 여수항 인근 여수세계박람회장 일대 개발과 연계해 추진하고 있다. 2012년 박람회 이후 불어난
시설 운영 적자로 방치되다시피 했던 여수세계박람회장은 2023년 소유·운영주체가 여수광양항만공사로 바뀌면서 사후활용을 위한 개발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현재는 연내 마무리를 목표로 총 80만㎡ 규모 박람회장 종합개발 방향과 콘셉트를 설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여수시는 ‘전남 1호’ 타이틀을 달게 될 센터가 기본설계, 투자심사 등 행정 절차만 원활히 진행된다면 2029년 전후로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포항·여수 모두 바다 조망 해안가에 센터 건립
두 지역 모두 센터 위치가 바다 조망이 가능한 해안가라는 점은 가장 큰 차별화 요소이자 장점으로 손꼽힌다. 포항은 동해 영일만 바다로 이어지는 영일대해수욕장과 바로 맞닿은 지역에 POEX를 건립 중이다. 여수도 여수항 앞 해변가에 전시컨벤션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센터에서 차로 15~20분 거리에 국제 여객터미널 기능을 갖춘 포항 영일만항, 여수 엑스포항이 있는 만큼 크루즈선을 연계한 단체와 행사 수요가 높을 것으로 업계와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전시컨벤션센터까지 접근성은 막상막하의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지역 모두 센터를 기준으로 고속버스터미널은 10분, 공항까지는 30분이면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센터 건립 예정지인 박람회장이 KTX 엑스포역과 바로 연결되는 여수는 서울북부역에 들어설 센터와 함께 철도 접근성이 뛰어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POEX는 강릉을 잇는 ITX-마음, 서울과 수서를 약 2시간 반 만에 주파하는 KTX, SRT가 운행하는 포항역까지 차로 15분 내외면 닿을 수 있다.
기존 센터들과의 경쟁은 포항이 여수보다 더 치열한 상황에 놓여 있다. 대구와 부산, 울산, 경주, 안동 등 반경 100㎞ 안에 이미 다양한 규모의 센터들이 운영되고 있어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여수는 130㎞ 이상 떨어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를 제외하고 인근 지역에 아직 센터가 없어 운영 경쟁에 대한 우려는 낮은 편이다.
하홍국 한국마이스협회 사무총장은 “포항은 지역 내 탄탄한 산업 기반, 여수는 강력한 휴양·관광 도시 이미지가 가장 큰 장점”이라며 “특성과 장점이 다른 만큼 포항은 기업 대상 B2B 전시컨벤션, 여수는 기업행사와 학술대회를 전시·박람회와 연계한 ‘컨펙스’(ConfEx) 모델로 타깃 시장을 차별화해 불필요한 경쟁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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