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끝없는 매각 잔혹사…M&A 시장서 외면받는 보험사들
- [위기의 韓 보험] ①
MG손보·KDB생명·롯데손보 등 주요 매물 줄줄이 무산
지급여력 하락·IFRS17 부담...·당국 규제에 '경영 자율성' 제약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가장 관심을 모은 매각 사례 중 하나로 MG손해보험이 꼽힌다. MG손보는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여러 차례 매각을 추진했으나 번번이 무산됐고, 2023년부터 현재까지 총 다섯차례에 걸쳐 인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 가장 최근에는 메리츠화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나서며 기대감을 모았지만, 노조의 고용 승계 요구와 법적 절차 미비 등을 이유로 실사 단계 진입조차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메리츠화재는 지난 3월 인수를 포기했다. 이에 따라 예금보험공사와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은 기존 계약을 유지하면서 정리 절차를 밟기 위해 가교보험사 설립과 계약이전 방식(P&A)을 추진하고 있다. MG손보는 현재 새로운 인수자를 찾는 동시에 청산 또는 시장 퇴출 수순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KDB생명도 매각 실패의 대표적인 사례다. 2014년부터 총 여섯 번에 걸쳐 매각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성사되지 못했다. 최근에도 원매자 부재로 인해 매각 작업이 중단됐으며, 대형 생보사로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과거 평가와 달리 누적 손실과 사업 포트폴리오의 매력 부족이 발목을 잡았다. 결국 KDB생명을 위해 조성됐던 사모펀드가 청산되고, 현재는 한국산업은행이 자회사 편입을 추진 중이다. 자본확충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한 뒤 장기적으로 재매각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23년 상시 매각 체제로 전환한 롯데손해보험 역시 상황은 녹록지 않다. 한때 시장에서 ‘알짜 매물’로 꼽히며 관심을 모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몸값에 비해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늘고 있다. 롯데손보 최대주주인 JKL파트너스는 약 2조원의 매각가를 희망하고 있으나, 높은 가격이 인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매수자 없이 긴 시간 시장에 매물로 남아있는 현실은 보험업 M&A 시장의 경색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시장에서는 보험사 매각이 연이어 무산되는 원인으로 ▲재무건전성 악화 ▲낮은 수익성 ▲자산 포트폴리오의 경쟁력 부족 등을 꼽는다. 특히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기준 도입 이후 지급여력비율이 낮아진 보험사들은 외형상 개선이 어려운 상태며,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추가로 적용되면서 자본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 실제로 올해 1분기 보험사들의 지급여력(RBC)비율은 197.9%(경과조치 후)로 3년 만에 200% 아래로 떨어졌다.
보험업 특유의 고정비 중심 구조와 규제 환경 역시 매각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보험사는 일정 수준 이상의 보험료 수입이 없으면 손실을 피할 수 없는 사업 구조를 갖고 있으며, 인수 이후에도 대규모 자본 투입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상품 승인 ▲가격 규제 ▲수수료 통제 등 강한 정책 개입이 이어지면서 경영의 자율성에 대한 우려도 인수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책 환경도 부담 요인 중 하나다. 금융당국의 상품 승인 규제, 가격 통제, 모집 수수료 규제 등은 보험사의 경영 자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실적 변동성이 높고 정책 의존도가 크다는 점에서 인수 이후 ‘경영 통제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인식이 퍼져 있는 것이다. 이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보험사 인수 자체가 매력적인 투자처로 여겨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매물은 많지만, 숫자나 미래성장성을 놓고 볼 때 인수 의지가 생기지 않는 구조”라며 “실사에 돌입했다가도 중도 포기하는 사례가 빈번하며, 자본 여력과 비용 구조를 감안하면 단기간에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보험업계 M&A 시장에 일부 반전의 조짐도 포착되고 있다. 지난 3년 간 단 한 건의 성사 사례도 없었던 보험사 M&A 시장에 대형 거래가 다시 등장하면서 재편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우리금융그룹은 중국 다자보험그룹으로부터 동양생명(자산 34조5000억원)과 ABL생명(18조6000억원)을 인수하며, 생보업계 6위권으로 올라섰다. 기존 은행 중심의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비은행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본격화한 것이며, 향후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도 기대된다. 한화손해보험 역시 국내 최초 디지털 손보사인 캐롯손해보험을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캐롯은 ‘퍼마일 자동차보험’ 등 차별화된 디지털 상품으로 주목받았지만, 지급여력비율 악화와 지속된 적자로 인해 독자 생존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한화손보는 이를 통해 젊은 고객 기반 확보와 함께 디지털 채널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 밖에도 한국투자금융그룹이 BNP파리바카디프생명 인수를 위한 실사에 착수했으며, 교보생명은 SBI저축은행 인수에 이어 손보사 추가 인수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정책 환경 변화도 분위기 전환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초 금융위원회는 보험사들의 자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24년 만에 관련 규제를 일부 완화했다. IFRS17과 K-ICS 도입으로 급격히 높아졌던 자본요건을 조정함에 따라 인수자 입장에서는 초기 자본 투입 부담이 줄었고, 매물 입장에서는 재무구조 안정화 기회를 확보하게 됐다.
회계기준 변경 이후 2년이 지나면서 실적의 투명성도 높아졌고, 인공지능(AI) 기반 언더라이팅, 자동화된 보험금 지급 시스템 등 기술적 변화가 맞물리며 보험사들이 점차 ‘구조조정 대상’에서 ‘플랫폼 자산’으로 재인식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여전히 신중한 시각이 존재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지금은 단순히 매각 시도 여부보다, 얼마나 ‘팔릴 수 있는 구조’로 체질을 바꿨느냐가 핵심”이라며 “▲자본비율 개선 ▲부실 계약 정리 ▲수익성 확보 없이 외형만 정비한 매물은 더 이상 시장에서 매력을 갖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이제 단순한 재무 지표를 넘어, 내부 리스크 관리 역량과 장기적 지속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며 “이 같은 준비 없이 반복되는 매각 시도는 결국 M&A 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 회복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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