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K-스타트업, 해외 진출에 성공하려면…언어·기술이 아닌 '현지화'에 집중해야”[이코노 인터뷰]
- 필립 박 킬사글로벌 대표
싱가포르·한국·베트남·태국·필리핀·인도네시아 등 6개국에 법인 설립
킬사글로벌의 현지화 전략…오토노머스에이투지·에코피스 등 성과 보여줘

[이코노미스트 최영진 기자] 2008년, 그는 안정적인 IBM 생활을 뒤로하고 싱가포르로 향했다. 당시 30대 중반의 나이였지만 전세자금과 퇴직금을 들고 가족과 함께 싱가포르 국립대 경영대학원(MBA)에 진학하는 결정을 했다. 이유가 있다. 그는 오랫동안 '아시아인으로서 글로벌 플레이어가 될 방법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해왔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다. 서구권이 주도해 온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싶었고, 글로벌 기업들의 아·태지역 본부가 자리 잡은 싱가포르를 선택했다. 이곳에서 애플·후지제록스·삼성전자 등의 글로벌 기업에서 전략 및 기획 파트에서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독립 후 2015년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글로벌 비즈니스 빌더’ 킬사글로벌을 설립했다. 그는 “K-스타트업 창업가들이 해외 진출을 고민하는 데 방법과 네트워크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그들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서 킬사글로벌을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2025년 현재 킬사글로벌은 싱가포르에서 시작해 한국·베트남·태국·필리핀·인도네시아 등 6개국에 법인을 설립할 정도로 성장했다. 동남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200여 개의 정부·기관·기업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면서 150곳 이상의 테크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이끌어 왔다. 필립 박(박종석) 킬사글로벌(KILSA GLOBAL) 대표의 이야기다.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킬사글로벌은 K-스타트업의 조력자로 주목받고 있다. 박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이 글로벌 진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지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실행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해외 진출을 꿈꾸던 스타트업 창업가들은 글로벌 투자사의 투자 유치에 집중했다.해외에서 별다른 성과 없이 글로벌 투자사를 만나 투자를 끌어내는 것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런 사례들이 많이 알려지면서 창업가들은 이제 ‘어떻게 해외로 나가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있다.
박 대표는 해외 진출을 위해서 가장 먼저 갖춰야 할 것이 '현지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정부 주도의 지원이 잘 되어 있어 초기 성장에 유리하지만, 글로벌 시장에 나가기 위해서는 기술이 아닌 현지의 불편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 스타트업은 기술에 초점을 맞추지만 이는 해외 진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스타트업의 기술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스토리텔링’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솔루션 판매를 넘어 현지 수요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한다”면서 “또한 이에 맞는 파트너들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해외 진출을 준비할 때 언어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네트워크'와 '현지 인력'이다. 영어를 잘한다고 해서 글로벌 비즈니스에 성공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현지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있는 현지인과 네트워크가 현지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믿고 있다. 박 대표는 “해외 진출에 필수적인 것은 해당 국가의 문화와 비즈니스 환경에 대한 이해다”면서 “킬사글로벌이 해외 법인에 현지인을 고용하는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해외 진출에 실패하는 것을 분석하면 대부분 현지화가 잘 안됐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미국·유럽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
킬사글로벌은 당분간 동남아시아 시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의 선진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동남아시아 시장은 글로벌 3대 시장 중 하나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동남아 시장에 대한 K-스타트업의 우월감도 실패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에 진출할 때는 현지 적응에 적극적이지만, 동남아시아에서는 '우리가 더 잘났다'는 식의 접근 방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킬사글로벌은 해외 진출 스타트업과 함께 현지에서 직접 비즈니스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여기까지 갈 수 있는 스타트업을 골라내는 것도 박 대표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킬사글로벌은 먼저 검증된 솔루션 가진 기업을 선별하여 1~2년 동안 '글로벌 비즈니스 빌딩' 계약을 맺는다. 이후에는 전담팀을 구성해 현지 비즈니스를 구축하게 된다. 전담 팀은 ▲비즈니스 디벨롭먼트(사업개발팀) ▲비즈니스 매니지먼트(세일즈 관리팀) ▲프로젝트 매니지먼트(프로젝트 관리팀) 등을 구성한다. 기업의 특성에 따라 킬사글로벌이 보유하고 있는 외부 전문가를 고용해 현지 비즈니스 구축에도 나선다. 이 기간에 한국 스타트업은 연구개발(R&D) 및 기술 서포트, 현지 수요에 맞는 솔루션 커스터마이징 역할을 담당한다. 이 과정을 1~2년 동안 같이 하면서 성과를 만들고 성과가 난 후에는 조인트 벤처를 설립하는 등의 다양한 모델로 스타트업과 현지에서 비즈니스를 같이 하게 된다. 이 과정을 거쳐서 한국의 자율주행 스타트업인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싱가포르 및 중동 지역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박 대표는 “현재 킬사글로벌은 24개 정도의 포트폴리오 기업을 보유하고 있고 이 중 12개 기업이 성공적으로 글로벌화 단계를 밟고 있다. 올해 15개 테크 기업과 추가 계약을 예상하고 있다”면서 “오토노머스에이투지 외에도 친환경 워터 클린테크 기업인 에코피스는 베트남에서 현지 사업화를 앞두고 있다”면서 웃었다. 올해 킬사글로벌은 15개 테크 스타트업과 추가로 계약을 할 예정이다.
킬사글로벌은 올해 매출 150억원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 대표는 “K-스타트업은 이제 주저하지 말고 해외 진출에 도전해야 한다”면서 “글로벌 진출에 대한 진정성을 갖고 시간과 자본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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