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지배구조 선진화’ 흔들…금융지주, 관치 그림자 드리우나
- [또 금융지주 회장 수난 시대?] ②
금융당국, 자율 경영 정착 위해 승계·이사회 제도 손질
‘실용 인사’ 기대감…금융권, 내부 승계 자율성 회복 주목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실용주의’를 내세운 만큼 과거 정권보다 인사 개입 강도는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공존한다. 민간 전문가 중심의 내각 구성과 공공기관 혁신 기조를 감안하면, 금융 인사에서도 비교적 자율성이 보장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당국, 지배구조 독립성·투명성 강화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2023년 12월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도입하며, 금융권 지배구조의 독립성과 투명성 강화를 목표로 내걸었다. 해당 관행은 ▲최고경영자(CEO) 승계 절차의 정형화 ▲이사회 독립성 제고 ▲사외이사 평가 체계 개선 등 30개 원칙을 담았다. 일부 금융지주에서는 승계 절차 개시 시점을 앞당기며 자율 정비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iM금융지주는 CEO 임기 만료 6개월 전부터, 우리금융지주와 JB금융지주는 4개월 전부터 승계 절차를 개시했다.
이는 종전 평균 50일 수준의 촉박한 검토 기간에 비해 크게 개선된 것이다. 일정 기간을 사전에 확보함으로써 후보군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이사회 논의가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이사회 구성에서도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과거 특정 직군에 편중돼 전문성과 다양성 확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이사회 역량진단표(BSM)를 활용해 경영전략과의 정합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신한 은행을 포함한 10개사는 BSM 작성 및 활용 방안을 새롭게 도입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이사회의 구성과 역량을 체계적으로 진단하고 있다.
사외이사 평가 체계의 객관성 또한 제고되고 있다. 기존에는 내부 주관 중심의 ‘정성평가’ 위주였는데, 외부기관의 평가 점수를 반영하는 금융사가 1곳에서 6곳으로 늘었다. 자기평가의 비중도 9.7%포인트(p) 감소하며 사외이사에 대한 보다 객관적인 성과 평가가 가능해졌다. 특히 CEO 산하에 위치하던 사외이사 지원조직이 이사회 산하로 이관되며, 사외이사 활동의 독립성도 제도적으로 확보되고 있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CEO 장기 연임에 대한 검증 장치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CEO 연임이 장기화될 경우 이사회와 경영진 간 견제 기능이 약화된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포스코홀딩스·KT·우리금융지주 등 일부 기업에서 시행 중인 ‘3연임 시 주총 특별결의’ 제도를 참고, 연임의 정당성을 주주 차원에서 실질적으로 검증하는 방안을 금융사들과 논의 중이다.

그러나 정권 교체 이후 불거진 외풍 논란은 이러한 노력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일부 금융지주의 경우, CEO 장기 연임 과정에서 이사회가 스스로 정관이나 내규를 변경해 연임 요건을 완화하거나 절차적 장치를 생략하는 사례에 대해서는 지배구조 투명성 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사회가 경영진 견제 기능보다 연임을 용이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움직일 경우, 경영 승계 절차의 공정성과 제도적 실효성에 대한 시장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경영 승계 절차에 대한 가이드라인 보완을 예고했다. 지배구조 선진화를 명목으로 자율 경영을 유도하면서도 동시에 감독 강도를 높이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경영진 승계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지배구조 개편이 의미를 갖는다”며 “정권 외풍에 흔들리지 않도록 제도적 기반을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권 외풍 막아야 실효성”…자율성 기대감도↑
은행권 내부에서도 투명성 제고 노력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CEO 승계는 금융사 신뢰의 핵심 축”이라며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 위에서야만 주주와 고객의 신뢰를 얻고 경쟁력을 키워나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외국계 기관 투자가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CEO 인사 개입 논란을 두고 ‘지배구조 리스크가 구조적으로 고착된 시장’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글로벌 투자 기준으로 자리 잡은 지금 CEO 인사가 정치 논리에 휘둘린다는 신호 하나만으로도 투자 매력도는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자본 유입 둔화는 물론, 주가 하방 압력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된다.
한 글로벌 자산운용사 임원은 “이사회가 존재하더라도 실제 권한이 정권의 입김에 밀린다면 그건 선진화가 아니라 포장일 뿐”이라며 “한국 금융사에 대한 신뢰는 정치 개입이 반복되는 한 회복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배구조가 외풍에 흔들릴 때마다 시장은 그 대가를 치러왔다”며 “이번에는 제도가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진짜로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번 정부가 ‘실용주의’를 정책 기조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이전 정권들보다 인사에 대한 직접 개입은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특히 ▲민간 전문가를 대거 중용한 내각 구성 ▲전방위적인 공공기관 혁신 요구 ▲비효율 구조 개선을 강조한 국정 기조 등을 감안하면, 금융지주 CEO 인사에서도 자율성과 내부 승계 원칙이 어느 정도 보장될 거란 관측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직접 인사에 개입하기보다는 내부 승계 시스템을 존중하는 흐름이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외부 개입이 줄어든다면 지배구조 선진화의 실효성도 자연스럽게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과거처럼 특정 출신 인사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실적과 리스크 관리 역량 중심의 인사 기준을 적용할 경우 지배구조 선진화 흐름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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