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스타링크(Starlink)가 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30일 미국 스페이스X와 스타링크 코리아가 체결한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의 국내 공급에 관한 국경간 협정’을 승인했다. 이는 한국 서비스를 위해 스타링크가 거쳐야 할 관문이었다. 이를 해결하면서 스타링크의 한국 상륙이 가시화됐다.물론 넘어야 할 과제는 남았다. 국립전파연구원의 단말기(안테나) 적합성평가다. 국립전파연구원의 적합성평가는 통신 기기나 안테나가 전파법 및 관련 규정에 맞게 설계되고 제작됐는지 확인하는 절차다. 주로 ▲전파 방해 방지 ▲법규 준수 ▲품질 관리 등의 목적을 가진다. 해당 평가는 통상 3주 가량 소요된다. 이를 마무리 지을 경우 스타링크 측은 한국에서의 서비스 개시 시점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적합성평가가 끝나는 시점을 고려할 때, 스타링크의 상륙은 이르면 이달 내, 늦어도 내달 안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머스크는 오는 2030년까지 운용할 인공위성의 숫자를 4만2000대까지 늘릴 계획인데, 이번 한국 상륙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그의 계획은 장밋빛으로 보여진다.전 세계 덮은 저궤도 인공위성스타링크는 스페이스X가 개발한 위성 인터넷 서비스다. 현재 지구 저궤도(LEO)에 배치된 7135개(2025년 3월 기준)의 위성을 통해 빠르고 안정적인 인터넷 연결을 제공한다. 상업 서비스 개시는 2020년부터 이뤄졌다. 현재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유럽 ▲일본 ▲호주 ▲남미 등 세계 100개국 이상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스타링크 수신기의 크기는 가로 38cm X 세로 59cm다. 구성도 단순하다. ▲단말기 ▲파워 서플라이 ▲케이블 ▲기본 스탠드 ▲와이파이 라우터 등 5가지가 전부다. 휴대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전쟁이나 재난 등 극한의 위급상황에서도 효과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스타링크의 대표적인 특징은 위성 간 레이저 광통신(Inter-Satellite Links)이다. 이를 통해 스타링크는 위성들끼리 데이터를 직접 중계한다. 이는 지상국 의존도를 낮추는 이점이 있는데, 쉽게 말해 지상 인프라가 부족해도 안정적인 인터넷 연결이 가능하다. 바다, 하늘 뿐만 아니라 도서지역에서도 끊김없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이유다.각 스타링크 위성에는 위상 배열 안테나(phased array)가 탑재되어 있다. 위상 배열 안테나는 여러 개의 작은 안테나들이 모여 하나의 큰 안테나를 이룬다. 각 안테나에서 나오는 신호의 위상을 다르게 조절해 전파가 특정 방향으로 모이게 한다. 이 기술 덕분에 물리적으로 안테나를 움직이지 않고도 전자적으로 빠르고 정밀하게 빔 방향을 조절할 수 있다. 전통적인 위성 안테나는 신호를 보내거나 받을 때, 안테나를 물리적으로 회전시키거나 각도를 조정해야 했다. 예를 들어, 대형 접시 모양의 위성 안테나는 방향을 바꾸려면 기계적인 회전이나 각도 조정이 필요한데, 이러한 방식은 속도가 느리다. 또 움직이는 부품이 많아 고장이 발생할 위험도 있었다. 위상 배열 안테나가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는 셈이다.속도도 준수하다. 기존 위성 인터넷은 지연 시간이 600ms 이상으로 매우 길고, 속도도 느려서 영상 스트리밍이나 게임에 부적합했다. 이에 반해 스타링크의 다운로드 속도는 대략 50Mbps에서 250Mbps 사이다. 업로드 속도는 10~40Mbps 정도다. 지연 시간(레이턴시)은 20~40ms 수준으로, 이는 온라인 게임이나 화상 회의 등 실시간 통신에 적합한 수준이다.
트럼프 협상 카드 ‘스타링크’정식 서비스 개시 이후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스타링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큰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전을 시작하면서 통신 인프라부터 파괴해 우크라이나 군의 통신을 마비시켰다. 이에 우크라이나 디지털부 장관 미하일로 페도로프는 X(구 트위터)를 통해 일론 머스크에게 지원을 요청했고, 단 48시간 만에 스타링크를 통한 통신 서비스가 제공됐다. 이후 2022년 10월, 머스크는 스타링크의 연간 운영 비용이 4억 달러에 달한다며 서비스 중단을 예고했으나, 우크라이나 정부의 강한 항의로 결국 미 국방부의 지원을 받아 서비스는 지속될 수 있었다. 다만, 올해 1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스타링크는 군사 지원뿐만 아니라 외교적 협상 도구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축소하겠다고 주장하며, 스타링크 서비스의 비용 부담을 우크라이나가 지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2월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와의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의 희토류 자원을 미국에 공급하는 대가로 안전을 보장받는 광물 협정을 제안하며,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스타링크 서비스를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젤렌스키는 “스타링크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생명을 위한 것이지 협박 카드가 아니다”라고 반발했으나, 협상은 결국 파행으로 끝났다. 그러나 한 달 후인 3월, 젤렌스키는 스타링크 서비스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광물 협정에 부분적으로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트럼프의 협상 카드 스타링크는 이제 한국에도 상륙을 예고하고 있다. 스타링크는 한국 통신 3사와 제휴를 맺고 올해 상반기 중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한국의 인터넷 보급률은 95%에 달하지만, 스타링크가 진출하더라도 기존 통신사의 지위는 당분간 여전히 공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수백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해안 지역에서는 지상 기지국 설치 비용이 높아 스타링크의 활용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스타링크의 도입을 통해 ‘메기효과’와 함께 통신사의 가격 경쟁력이 승부처라고 설명했다. 다만, 스타링크가 트럼프의 협상 카드로서 한국에 작용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축했다.장원준 전북대 방위산업융합과정 교수는 “한국에서는 스타링크가 트럼프의 협상 카드로 작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는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처해 있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스타링크가 협상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은 적다”고 덧붙였다.이어 “국내 시장에서 스타링크의 성공 가능성은 지켜봐야할 부분”이라며 “한국의 경우 통신망이 이미 상당히 발전해 있어 도서 지역을 제외하고는 당장 큰 수요처가 없을 것”이라며 “스타링크 도입이 메기 효과를 일으킬 수는 있겠지만, 파격적인 가격 경쟁력이 성공을 결정 짓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