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찬밥신세' 여성 정책, 이재명 정부에선 다를까 [스페셜리스트 뷰]
- 윤석열 전 정권서 여가부 폐지 등 부침 겪은 여성 정책
향후 새 정권서의 성 평등 정책 전환과 과제는

이러한 높은 지지율은 국민이 새로운 정부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품고 있음을 보여준다. 새 정부의 정책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여성 정책’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여성 정책은 그 어느 정책보다도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사회·경제적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정책이었다.
호주제 폐지 등 굵직한 여성 정책은 대통령이 관심을 두지 않으면 추진되기 어려웠다. 그런데 2030 여성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낸 21대 대선이건만, 선거 운동 기간에는 지난 20대 대선에 비해 여성 관련 공약이 두드러져 보이질 않았다.
모든 후보가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이재명 대통령은 “여전히 구조적 성차별이 계속되고 있어 여가부의 역할을 폐지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하겠다”라고 성 평등 거버넌스 체계 강화를 공약하며 희망의 여지를 남겼다.
그런데 벌써 여성계에서는 실망의 소리가 들린다. 대통령실 수석이나 정무직,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여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정부와 마찬가지로 다시 ‘오륙남’(5060 남성)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서둘러 장관 인선에 전문성을 갖춘 여성 장관들을 대폭 임명해 이런 우려들이 정말 우려에 불과했기를 바란다. 성 평등 가족부를 천명한 정부는 성 평등 거버넌스를 위해 지난 정부들과는 조금이라도 개선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지난 3년을 돌아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여성 정책 핵심은 ‘여성가족부 폐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대 대선 기간 중 어느 날 갑자기 윤 전 대통령의 페이스북에 이 일곱 글자가 띄워졌다. 아무 설명도 없었다. 그리고 3년 내내 이 일곱 글자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실제로 윤 정부에서 임명된 여성가족부 장·차관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여성가족부 폐지였다. 윤 정부 초기, 여성가족부 고위직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여성가족부 폐지 배경을 설명하고 찬성해달라는 취지였다. 여성단체 설득 등 여성가족부 폐지를 위한 활동을 일일 보고라도 하는 것 같았다.
이런 상황도 이해는 간다. 폐지를 위해 간부들이 자발적으로 일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본인이 몸담은 조직을 없애려고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런 낯선 일들이 반복되더니 드디어 장관을 임명하지 않는 전무후무한 사태가 발생했다. 부처가 마음에 안 들면 장관을 임명 안 해도 된다는, 좋지 않은 선례를 만들었다.

어디 그뿐인가. 기존에 해오던 성 평등 조사결과 발표도 갑자기 중단됐다. 여성가족부는 매년 중앙부처 본부·지자체 과장급, 공공기관 임원의 여성 비율 목표치와 이행실적을 발표해 왔다. 하지만 2022년부터는 발표하지 않았다. 왜 기존 업무를 중단했을까? 업무를 중단한다는 것은 정책 의지의 실종이라고, 합리적인 의심이 드는 것은 나만의 억측은 아닐 것이다.
앞으로 새 정부에서는 성인지 감수성과 성 평등 정책 의지가 있는 장관을 빨리 임명하고, 중단됐던 성 평등 업무를 복원시키고, 젠더 갈라치기가 아닌 젠더 통합을 위해 노력해주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요청한다. 나아가, 여성가족부의 발전적인 해체와 개편을 통해서 남성과 여성을 함께 포용하고 아우르는 부처, 젠더 갈등을 해소하는 부처, 국민의 사랑을 받는 부처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여성 정책을 넘어 성 평등으로
우리나라는 그동안 ‘여성 정책’이라는 틀 안에서 성 평등을 논의해왔다. 여성 정책은 주로 여성의 권익 향상에 초점을 맞추었으나 여성 정책에서 성 평등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더 이상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성과 여성 모두 평등하게 존중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시대의 변화와 함께, 여성 정책에도 조금씩의 변화가 이뤄져 왔다. 지난 2013년 여성발전기본법은 양성평등기본법으로 개정됐다. 내용과 법명 모두 개정됐다.
법 제2조에는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참여와 대우를 받고 모든 영역에서 평등한 책임과 권리를 공유함으로써 실질적 양성평등 사회를 이루는 것이 기본 이념이라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다.
특정 성별의 참여율이 현저하게 부진한 분야에 대해서 적극 조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가장 성별 참여가 부진한 분야는 어디일까? 바로 여성의 대표성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표하는 ‘2024년 세계 젠더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정치 권한 분야 146개국 중 72위,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103위다. 22대 국회에서 여성의원 비율은 20.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4위다.
2023년 기준 여성 장관 비율은 15.7%(3명), 차관은 13.8%(4명)에 그쳤다. 중앙부처 여성 고위공무원 비율은 11.7%로 10%대에 머물고 있다. 여성의 경영 참여도 마찬가지다. 성 평등의 첫걸음은 대표성 분야의 동등한 참여라고 본다.
여성계에서는 남녀 동수 내각을 요구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주요 직책에 여성을 임명함으로써 성 평등 내각을 위해 노력한 점이 돋보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려고 노력하고 여성가족부 장관은 임명하지 않았지만, 여성 장관을 3명이나 임명했다. 새 정부에서도 성 평등 거버넌스를 위해 전 정부들보다 진일보한 성과들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
여성의 경영 참여 확대를 위하여
경영 참여 분야도 여성의 참여율이 저조하다. 그래도 다른 분야보다 나은 점은 여성의 이사회 참여 확대를 위해 지난 2022년 여성 이사 의무화제도가 도입됐다는 점이다.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상장기업의 이사회를 특정 성(性)으로만 구성할 수 없도록 규정해 사실상 1명 이상의 여성 이사 선임을 의무화했다.
사실, 이 법은 특정 성으로만 구성할 수 없다고 돼 있어, 여성에게만 해당하는 법은 아니지만, 현재 여성의 참여가 저조하므로 여성에게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또 이 법은 일부에서 오해하는 여성 할당 제도도 아니다.
리더스 인덱스 자료에 의하면, 매출액 기준 500대 기업의 경우 자본시장법 적용 이후 여성 등기임원은 2배 증가했다. 여성 이사 의무화제도의 효과가 톡톡히 나타난 셈이다. 그러나 세부 통계를 들여다보면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사외이사는 2020년 5.9%에서 2024년 17.2%로 급격하게 증가했지만, 사내이사는 2020년 2.4%에서 2024년 2.7%로 정체돼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여성 사외이사 1인 구색 맞추기’가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처럼 새 정부는 여성 사내이사의 증가가 정체돼있는 점, 자산총액 2조원 이상 기업에만 한정됐다는 문제 제기 등에 대해 향후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이 발달한 나라들의 선례를 보면, 여성의 경영 참여 확대와 관련해 우리에게 시사점을 주는 제도가 있다. 바로 기업공시제도다.
공시는 기업의 사업과 현황 등 모든 것을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에 투자자나 주주의 의사 결정의 근거 자료가 된다. 앞서가는 나라들은 여성 인적자원의 육성 현황이나 임금 현황 등을 다 공시하고 있다.
이웃 나라 일본도 기업공시제도를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도 국제 흐름에 부응하기 위해 지난해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지침을 개정해 이사회 구성원의 다양성을 핵심 지표 중 하나로 포함했다.
기업의 인재 육성 및 관리 정책, 임원의 성별 다양성 및 여성 임원 육성 정책과 계획 등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투자자의 알 권리도 충족이 된다. 제도의 선제적 도입을 위해서는 다양성 공시 기업을 대상으로 ▲세금 혜택 ▲공공 입찰 우선권 ▲정부 지원 사업의 참여 기회 제공 등 인센티브 부여 방안들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

공공기관 상근 여성 임원, 5% 불과
그런데 자본시장법상 기업공시 의무는 민간기업만 지고 있다. 공공기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2018년 법 개정안이 제출된 후 2년 반에 걸친 국회 심의를 거치는 동안 가장 많이 나온 질문 중 하나는 기업공시제를 공공기관도 아직 도입하지 않았는데 왜 민간기업이 먼저 시작하느냐는 것이었다.
그 질문에는 공공분야가 선도적으로 해야 한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였다. 2020년 3월 국무회의에 보고된 여성가족부의 ‘공공부문 여성 대표성 제고 계획’에 따르면 공공기관 여성 임원은 22.1%로 비중이 적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비상근을 제외한, 상근 여성 임원의 현실은 전혀 다르다. 게다가 상근 여성 임원에 관한 정부 통계는 어느 순간부터 발표조차 되지 않아 찾기도 어려웠다. 민간 통계에 의존해야 했다.
2024년 리더스 인덱스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인 ‘알리오’에 공개된 공공기관 여성 임원 수를 전수 조사해 보도했다. 공공기관 여성 임직원 수는 2019년 35.4%, 2024년 39.3%로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임원 중 여성 비율은 2019년 21.3%에서 2024년 20.6%로 감소했다.
세부적으로 임원을 상임과 비상임으로 구분해보니, 2024년 상임이사 총 393명 중 여성은 20명으로 전체의 5.1%를 차지했다. 금융기관도 이와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공공기관 여성 임원 확대를 위해 향후 정부에서는 통계를 발표할 경우 상근과 비상근을 분리해 발표하기를 바란다. 언제까지 민간 통계에 의존할 것인가. 나아가 여성 이사 최소 1인 의무화를 도입하는 법을 개정할 것을 제안한다.
다행스럽게도, 새 정부는 공약으로 공공기관 성 평등을 위한 성별 평등지표 반영 등 조직문화 개선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평등지표 만들기에만 그쳐선 안 된다. 이 지표가 제대로 활용돼야 한다. 지금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여성 임원현황은 두루뭉술한 정성 지표로 돼있다. 변별력이 없으니 있으나 마나다. 정량지표로 변경하든지, 단 1점의 가중치라도 주든지 개선해줄 것을 제안한다.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여성 정책은 그 정부의 철학에 따라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성 평등에 중점을 둬 젠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성별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정책이 체계적으로 추진되기를 바란다.
지난 3년이 여성 정책의 답보 후퇴기였다면, 새 정부에서는 이것을 바로잡고 성 평등을 위해 한 단계 더 나갈 수 있도록 방향을 전환해주기를 바란다.
이번 정부의 성 평등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비전과 실질적인 실행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젠더 갈등을 통합하고, 성 평등을 지향하는 것은 사회 발전을 위한 핵심 과제임을 우리 모두 분명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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